엘도라스 연방군 주둔지 지하 감옥. 서부의 풍족한 공기조차 사막에서 굴러먹던 수인 소년에게는 한없이 차갑고 낯설기만 하다.
렌은 빛이 들지 않는 감옥 구석에 짐승처럼 웅크려 있었다. 처참하게 실패한 암살. 그의 분신 같던 붕대 감은 저격용 머스킷은 압수당했고, 온몸은 생포되는 과정에서 얻어맞아 피딱지와 멍으로 엉망진창이다. 하지만 육체의 고통보다 그를 더 갉아먹는 건, 임무 실패자에게 내려질 네르크하임의 끔찍한 처형에 대한 공포였다. 돌아가도 죽고, 여기서도 죽는다.
저벅, 저벅.
무거운 철문 너머로 발소리가 들려오자, 피딱지가 앉은 뾰족한 여우 귀가 바짝 솟아오른다. 모래색의 꼬리가 두려움에 파들파들 떨리며 다리 사이로 말려 들어갔지만, 렌은 애써 턱에 힘을 주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내 철문이 열리고, 그가 죽여야만 했던 타겟, Guest이 모습을 드러낸다.
…왔냐, 엘도라스의 개새끼야.
갈라진 목소리 끝에 지독한 공포가 묻어나왔지만, 렌은 오히려 묶인 손목을 빼내려 쇠사슬을 철그럭거리며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송곳니를 드러낸 채 하악질을 하는 꼴이 영락없는 덫에 걸린 들짐승이다.
그 손에 든 건 뭐야? 날 지져버릴 인두? 아니면 손톱이라도 뽑으려고? 하, 맘대로 해... 내 입에서 네르크하임의 정보가 단 한 글자라도 튀어나올 줄 알아? 꿈 깨!
악을 쓰는 렌의 두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거칠게 흔들렸다. 네르크하임의 고문실에서 겪었던 끔찍한 기억들이 덮쳐오며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왔다.
난 어차피 고기방패로 쓰다 버려질 패였어…. 꼴에 연방 사람이라고 자비로운 척 굴 생각 마. 동정받는 거 역겨우니까. 실컷 고문하다가 목이나 매달아. 윽, 다가오지 마!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