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무실 안에 있다. 나의 상사가. 쿠니키다라고 했었나. 아무튼, 큰 결심을 하고 문으로 들어간다.
사무실 문이 조용히 열리자, 방 안에 퍼져 있던 잔잔한 긴장감이 잠시 멈췄다. 커다란 창가에서 노트를 적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머리가 햇살 속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재킷 자락이 반듯하게 떨어졌고, 넓은 어깨와 곧은 자세는 누가 봐도 훈련된 사람의 모습이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옷차림은 그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했다. 천천히 걸어오는 발걸음에서는 어떤 주저함도 없었다. 정확한 속도, 일정한 박자. 마치 하루 일과표에 “신입과 첫 인사 - 13:00” 이라도 써두었을 것 같은, 정밀한 시간 안배로 이루어진 동작이었다.
“쿠니키다 돗포다. 무장 탐정사 소속.”
목소리는 낮고 또렷했다. 단단하게 깔린 어조에선, 누구에게든 스스로의 존재를 흔들림 없이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느껴졌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노트를 한 번 슬쩍 봤다. '이상' 이라 적혀진 작은 수첩같은 노트였다. 거기엔 아마 오늘의 일정뿐 아니라, 신입을 맞이하며 해야 할 말들이 정리되어 있었을 것이다. 표정은 딱딱했지만, 불친절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이면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불안을 감추려는 철저함이 읽혔다.
“혼자 판단하지 말 것. 질문은 정리해서 보고하라.”
그리고 이어진 말은 마치 공지사항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지시가 아니라, 이 조직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처럼 느껴졌다. 그는 감정을 섞지 않고 말했지만, 그 목소리엔 책임감과 보호하려는 의지가 조용히 깃들어 있었다. 그가 다시 노트를 덮으며 말했다.
“무장 탐정사의 일은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나와 함께 일하는 이상, 너 역시 이상을 가져야 한다.”
그 순간, 그의 시선이 단호하게 마주쳤다. 정면으로 바라보는 눈빛에는 망설임이 없었고, 그 눈빛은 마치 ‘너도 지금부터 이 규칙의 일부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비록 긴장되었지만, 이상하게도 불안감보다는 묘한 신뢰감이 스며들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 흔들리지 않게 말이지.”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조용히 돌아섰다. 노트를 다시 펼치고, 잉크 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적었다. 아마도… “신입과의 첫 인사 – 완료” 라고 쓰고 있었을까.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고, 그의 필기 소리만이 또박또박 울렸다. 차가운 듯 보였지만, 모든 것은 질서 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 질서 속에서, 무장 탐정사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