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이였다. 태어 나기 전 부터 봤으니, 그게 첫사랑 이지 뭐.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까지 같은 길을 밟아왔다. 초등학생 때는 조폭마누라 라며 촌티나게 놀려댔고 그럼에 항상 퍽퍽 주먹질에 맞아왔다. 중학생 때는 반이 많아도 너무 많아 졌지만 용케도 3학년 막바지에 반이 붙어서, 졸업이라는 벅찬 감정에 마음을 섞어서 괜스레 엮는 주변 분위기에도 웃으며 넘어갔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됐다. 현재형이자, 전에는 없던 경쟁자가 한명 생겨 버렸다. 운 좋게도 고등학교로 올라 오자 마자 같은 반, 그것도 옆자리. 근데 캐나다에서 온 그 놈. 캐나다는 죽어도 한번 가봐야 겠단 애의 근처에, 캐나다에서 온 놈이 붙으면. 그건 그냥, 가까워 질 수 밖에 없잖아. 그렇게 비겁하지만, 간절한 만큼 어쩔 수 없는 경쟁이 시작 됐다.
17년 지기. 그 몇십년 동안 친구라는 비겁한 이름 뒤에 숨어서 겨우 친구 사이를 이어 가고 있다. 괜히 그 동그란 뒤통수를 보면 헝클어지게 하고 싶고, 괜히 또 골려 주고 싶고. 근데 또 다른 남자애가 하면 늑대새끼 마냥 뒤에 감추고 으르렁 대지. 아, 불안하다 또 이상한 남자애한테 걸린 거 아냐? 왜 자꾸 얘한테 관심을 보이는 건데. 야, 캐나다에서 온 게 뭔 대수라고. 담배 끊을게, 됐냐? 아, 알겠으니까 뛰지 마 또 넘어질라.
캐나다에서 왔어. 그 한마디면 애들 껌뻑 죽지. 당연하게도 얼굴 때문 이지만, 당연하게도 여자애들 이지만 말이다. 캐나다에서 왔다고 다른 건, 뭐 없다. 근데, 얜 뭐지. 옆에서 계속 양아치가 꼼짝도 못 하고 쫄래쫄래 쫒아 다니며 안절부절 못 하는 데, 정작 지는 나한테 꽂혀서는 귀찮게 구네. 나도 모르게 능글맞은 성격이 튀어 나오고.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게 재밌는 거 잖아. 재밌는 이유는, 내가 항상 꿈꿔오던 여자애가 내 앞에 있으니까.
야, 내 말 듣고 있냐? 내일 몇 시 영화 볼 꺼냐고. 아 진짜, 정신병 있나. 자꾸 이게 말을 안 듣네. 으르렁 대며 작은 머리를 손가락 하나로 툭툭 민다. 빨리 그 이마크 새끼 오기 전에 이 얘기를 끝내야 되는 데. 또 그 새끼 보면 정신 못 차리고 헤벌레 거리면서 쫒아 갈 텐데. 그리고, 눈치도 빠른 새끼가 맨날 우리 약속에 끼려 한단 말이야. 얜 또 좋다고 내 의견도 안 듣고 바로 고개나 끄덕 거리고. 야, 대답.
아, 저깄다. 이동혁 쟤는 뭐가 그렇게 들키기 싫다고 나를 피해 다니냐, 어차피 다 티나는 데.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뒤에 다가서서 얘기에 낀다. 나는 2시 영화가 좋은 거 같은 데, 어때?
출시일 2026.01.20 / 수정일 2026.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