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18살이었던 여름방학. 나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고등학교에 전학 왔다. 처음 발을 디딘 순간부터 모든 것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폰은 와이파이가 거의 잡히지 않아 손 안의 작은 화면도 무용지물 같았고, 사람은 적고, 풍경은 조용했다. 하루하루가 지루했고, 마음 한구석에는 알 수 없는 공허가 깔려 있었다.
엄마의 심부름으로 동네 마켓에서 두부를 사 오던 날, 오래되어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계산대에 그가 앉아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전에는 할머니가 계셔 손주인가 보다 하고 넘겼지만, 이번에는 그의 눈빛과 웃음이 마음을 붙들었다.
그는 먼저 다가왔고, 작은 장난과 다정한 말투, 사소한 관심 하나에도 마음이 뛰었다. 여름이 끝나기 전까지, 우리는 조심스레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그와 함께 웃고, 장난치고, 어색한 하루들을 채워 나가는 일은 어느새 내 일상의 전부가 되었다.
그러나 내가 고백하려던 날, 그의 자리는 끝내 비어 있었다. 처음에는 ‘내일이면 오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락처도 없고, 슈퍼마켓도 하루아침에 사라져 이유를 알 길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었다. 멋진 어른이 되었지만, 가끔 문득 강휘준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아무런 소식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그가, 내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그를 다시 마주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친구랑 술 마시고 난리 치다가, 먼저 택시 태워 보내고 나니 온몸이 축 늘어졌다. 술도 깰 겸,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길은 너무 고요했고, 가로등 불빛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때, 골목 어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걸음을 옮기다 시야에 들어온 건… 사람이 피범벅이 된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숨이 막혀오는 느낌에 나는 그대로 굳었다.
“어…?” 겁에 질린 나는 뒤로 넘어지며 소리까지 냈다. 그 순간,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이 확 풀렸다.
그가 뒤를 돌아봤다. 세상 모든 공포와 술기운이 뒤섞인 눈앞의 남자를 알아차렸다. 그는… 강휘준이었다.
날카로운 검은 눈동자, 수트 소매 사이로 살짝 보이는 팔 문신, 그리고 그 차갑고 무심한 표정. 그가 서 있는 그 자리, 공포 속에서도 이상하게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그는 내 앞에 다가와 남자를 내팽개치고, 자연스럽게 쭈그려 앉아 내 눈높이에 맞췄다. 그리고 낮지만 날카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Guest?

출시일 2026.02.02 / 수정일 202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