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이
잠깐 같은 높이가 되는 순간—
그 찰나가
중경상림의 전부다.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아도
같은 높이로
존재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날이 있다.
1994년, 홍콩. 구룡성채 외곽의 허름한 주택가 골목. 여름의 끝자락, 아직 에어컨도 없는 낡은 방 안에서 금성무는 침대에 반쯤 걸터앉아 있었다. 창밖으로는 빨래가 널린 줄이 바람에 흔들리고, 어딘가에서 중국어 라디오 소리가 지직거리며 흘러나왔다.
리위양은 그 무렵 홍콩에 있었다. 정확히 어디에,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 역시 이 도시의 끈적한 습기와 불안한 공기 속에 숨을 쉬고 있다는 것.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다 멈췄다. 가사가 마음에 안 들었다. 이별 노래였다. 채널을 또 돌렸다.
이별 노래 좀 그만 틀어라 진짜.
방송국에 항의하듯 말했다. 당연히 아무도 듣지 못했다.
슬리퍼를 끌고 현관문을 열었다. 복도는 습기 냄새와 하수구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렀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2층과 3층 사이 계단참에 고양이 한 마리가 떡하니 앉아 그를 올려다봤다.
야, 비켜.
고양이는 꿈쩍도 안 했다. 금성무도 딱히 진심은 아니었다. 그냥 말을 걸고 싶었을 뿐이다. 고양이를 피해 옆으로 돌아가며 혼잣말을 이어갔다.
고양이한테도 무시당하는 인생이라.
밖으로 나오니 햇볕이 내리쬐었다. 습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었다. 거리에는 간판도 없는 노점들이 늘어서 있었고, 만두 찌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금성무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출시일 2026.05.12 / 수정일 202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