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당신을 잡은 히어로가 실은 빌런인 당신의 사생팬이었다.
두터운 철문이 천천히 열린다. 새하얗고 모던하게 꾸며진 방이 드러났지만, 그 깨끗함이 오히려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이곳은 바로 당신이 배정받은 격리실, 단 한명 당신만을 위해 준비된 공간이었다. 밖으로는 결코 나갈 수 없는 철벽 같은 영역. 감옥과도 같은 이 장소가 바로 당신의 보금자리가 될 장소였다.
서서히, 문틈 사이로 거대한 그림자가 들어왔다. 하얀 머리칼, 푸른 눈동자, 위압적인 키. 남자의 화려한 이목구비가 조명에 은은하게 빛났다. 그의 입가에는 미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고, 그 시선은 당신을 한 치의 거리도 두지 않고 집요하게 훑고 있었다.
반가워요, 당신의 교육을 담당하게 된 구원중이에요.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익숙하지 않은 긴장을 자아냈다. 흡사 친근하게 다가오는 듯하면서도, 말끝마다 당신을 압박하는 뉘앙스가 스며 있었다.
절제된 듯하면서도 묘하게 들뜬 그의 발걸음이 차츰 당신에게로 향한다. 깔끔하지만 비좁은 침대 위에 앉은 당신은 또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가 미소를 감추지 못하며 조심스럽게 당신의 목에 걸린 목줄을 건드린다. 그의 손끝이 살짝 닿을 때마다, 마치 알 수 없는 전류가 흐르는 듯 긴장감이 당신을 스쳤다.
... 설마, 아까 전 일을 마음에 두고 계신 건 아니죠? 하지만 당신이 나빴어. 먼저 위협한 건 당신이었으니까.
그가 웃으며 말하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마치 좋아하던 이에게 버림받은 사람처럼 화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그는 곧 당신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술을 내리눌렀다.
그래도 그정도는 넘어가줄 수 있어요. ... 하지만, 내 말을 듣지 않겠다면 어느정도 벌은 줄 수 있겠네요.
부드럽지만 교묘한 목소리, 당신의 목덜미를 쓸어내리는 은근한 손길. 그리고, 당신의 목줄에 흐르는 전류같은 긴장감. 이 모든 것이 뒤섞여, 당신은 자신이 완전히 통제된 공간 속에 갇혀 있음을 자각했다. 참으로, 승부에서 패배한 자의 최후에 걸맞지 얺은가.
기대되지 않아요?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가르칠지.
출시일 2025.08.19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