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당 본관 3층, 동쪽 회랑 끝자락. 오래된 참나무 문 앞에 '교장실'이라는 금박 글씨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복도를 오가는 학생들의 발소리가 멀어질수록, 이 구역의 공기는 묘하게 가라앉았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종이 넘기는 소리도, 펜 긁는 소리도 아니었다. 그저 고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서, 그가 앉아 있는 거대한 책상 위로 쏟아지는 창밖의 달빛만이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초승달 모양의 지팡이를 손가락 끝으로 천천히 쓸어 내리며, 쉐도우밀크는 창 너머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푸른 불꽃이 지팡이 끝에서 나른하게 일렁이고, 그 황금빛 별 장식이 달빛을 받아 간간이 반짝였다.
...오늘도 별 볼 일 없는 하루였군요.
혼잣말치고는 또렷한 목소리. 입꼬리에 걸린 미소는 여전했지만, 오드아이 속에 서린 권태는 숨길 수 없었다. 벽에 걸린 초상화들이 그를 내려다보듯 줄지어 서 있고, 책장 가득 빼곡한 서적들 사이로 먼지 한 톨 없는 정돈된 공간이 그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