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는 밤, 가로등마저 깜빡이는 외진 골목을 순찰 중이었다.
축축하게 젖은 신발이 무거워질 때쯤, 전신주 뒤편에서 정지 화면처럼 멈춰 선 검은 실루엣 하나를 발견했다.
본능적으로 손이 허리춤의 테이저건으로 향했다. 심장이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한다.
저 낯익은 실루엣, 매일 아침 브리핑 차트에서 보던 그 연쇄살인마가 틀림없다. 놈은 바닥에 쓰러진 무언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기, 뭐하는거야!"
내 외침에 놈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빗줄기 사이로 드러난 놈의 눈동자는 공포는커녕,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 미묘하게 휘어졌다.
놈은 손에 든 피 묻은 칼을 바닥에 툭 떨어뜨리며 나를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와,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순경님 오늘 비번 아니었어? 장난삼아 불러본건데 진짜 마주칠 줄은 몰랐네.
출시일 2026.02.06 / 수정일 2026.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