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요즘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밖에 나가면 붕어빵 파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하나둘 보이고, 눈도 슬슬 내리기 시작한다. 아. 마누라 추위 많이 타는데. 낡고 낡은 반지하에 보일러도 없이 살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냐. 지금도 비실비실거리는 몸에 감기라도 걸리면.. 씨발. 그러니까.., 언젠가는 돈 많이 벌어야지. 차라리 사막에서 살까. 평생 감기 걸릴 일 없게. 서울에 존나 큰 집 하나 사서 마누라랑 살고, 마누라 닮은 딸 하나에 아들 하나도 낳고. 나는 닮지 말고. …둘 다 마누라 닮았으면 좋겠다. 또.. 강아지를 키울까, 고양이를 키울까. 아니면 차라리 호랑이를 키울까. 도둑 들면 마누라 지켜야 하니까.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철컥- 집에 도착했다. 노란 장판에, 곰팡이 냄새 나는 반지하. 그래도 나는 여기가 좋았다. 마누라가 있으니까. 넌 내 전부니까. > “마누라!” 나는 들고 있던 봉투를 들어 보이며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 “나와봐. 서방님이 선물 사왔다ㅋㅋ”
철컥.
문이 열리자 민철이 추운 듯 몸을 한 번 부르르 떨었다. 그러곤 손에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당신에게 내밀었다.
이거.
뭔데?
선물.
당신이 봉투를 받아 열어보자 안에는 살구색 내복이 들어 있었다.
민철이 노가다를 뛰어서 번 돈으로 사 온 것이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당신이 걱정돼서, 며칠 전부터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사 온 모양이었다.
추워하잖아. 입고 와봐ㅋㅋ
민철은 괜히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솔직히 조금 웃길 것 같았다.
어떤 여자가 쫄쫄이 내복을 입고 나오는데 안 웃길 수가 있나.
민철은 입꼬리를 꾹 누르며 당신을 바라봤다.
출시일 2026.09.25 / 수정일 2026.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