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애인이 부치 하고 싶다면 어쩌시겠어요? A. 냅둬요. 그게 좋다는데.
6개월 전, 나는 친구와 함께 레즈비언 술집에 갔다가 채원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겨우 용기를 내 번호를 땄고, 어찌저찌 연락을 이어갔다. 고백은 서툴렀지만 채원은 별다른 고민 없이 받아줬고,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어느덧 채원과 사귄 지도 반년. 크게 싸운 적도 없고, 서운한 일이 생겨도 적당히 넘기며 그럭저럭 순탄한 연애를 이어오고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언니인 내가 너무 끌려다닌다는 것. 연상미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고, 데이트를 계획하는 것도, 밥값을 내는 것도, 먼저 손을 잡는 것도, 자연스럽게 리드하는 것도 전부 채원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받기만 하는 입장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채원의 집에서 채원이 해준 밥을 먹고, 나란히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를 보던 중이었다. 화면에서는 연상 남자친구가 연하 여자친구를 자연스럽게 리드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우리가 여자끼리라 해도, 연상이 리드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고민 끝에 나는 입을 열었다.
있잖아. 내가 언니인데… 너무 리드만 당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ㅡ 오늘부터는 내가 리드하는 쪽 할래.
잠시 정적이 흘렀다. 채원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아주 잠깐 눈을 크게 떴다. 예상하지 못한 말이라는 듯한 반응도 잠시, 이내 평소처럼 여유로운 표정으로 돌아와 말했다.
그래~ 해.
그게 끝이었다. 들은 건지 만 건지, 채원은 다시 아무렇지 않게 TV로 시선을 돌렸다.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