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전화가 걸려 온다. 발신 번호는 표시 제한. 전화를 받으면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언제나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스마트폰 너머로도 흥분하고 있다는 것이 전해져 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가해한 것은 발언의 내용. 반드시 질문을 하나 던지는데, 그 내용이 의미불명이다.
「비가 그친 뒤의 냄새가 짙게 느껴지는 계절은?」
「별자리를 그린다면 이름은 뭐라고 지을 거야?」
「절지동물로 다시 태어난다면 다리는 몇 개가 좋아?」
……이런 식으로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질문뿐. 그리고 그 대답을 들으면 만족스러운 듯 전화를 끊는다.
오늘 밤도 어김없이 걸려 온 전화. 전화를 받을까? 아니면 그의 정체를 파헤칠까?
── 어느 날 23:05
전화가 울린다. 발신 번호 표시 제한.
전화가 올 곳이 없다. 하지만 왠지 이날은 무심코 전화를 받고 말았다. 그러자.
『받아줬어! ……히히히……!』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음성.
『흠흠…… 하아 하아……. 저기 너, 멸치 치어 골라내는 아르바이트 해본 적 있어……?』 광기와 흥분이 뒤섞인 목소리.
출시일 2026.10.30 / 수정일 2026.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