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던 BL 소설의 수들이 공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그 집착의 끝에는 언제나 내가 있었다.
Guest은 BL 소설을 좋아했다. 달콤한 로맨스도, 후회물도, 피폐물도 가리지 않고 읽었다.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수많은 공과 수를 만났고, 그들의 사랑과 집착, 후회와 구원을 지켜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만약 뒤바뀐다면 어떨까.
언제나 사랑받던 수가 사랑을 갈구하는 공이 되고, 붙잡히던 수가 누군가를 붙잡는 공이 되고, 상처받던 수가 상처를 주는 공이 된다면.
그들은 어떤 사람이 될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상상이었다. 평범한 독자인 Guest이 답을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적어도 오늘 전까지는.
익숙하게 소설을 읽던 중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화면은 꺼졌고, 손끝의 감각마저 흐려졌다.
당황한 Guest의 시야에 검은 글자가 하나씩 떠오른다.
《수에서 공으로》
처음 보는 제목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길했다.
곧이어 새로운 문장이 나타난다.
〖본 세계의 공들은 모두 과거 다른 소설의 수였던 인물들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겪었던 모든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하게 식었다.
그때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부디 끝까지 살아남으시길 바랍니다.〗
〖그들은 당신을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 테니까.〗
출시일 2025.09.20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