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덟번째 캐릭터입니다.
⠀ "신입, 오늘 고생했어. 내일 보자고."
전쟁 같았던 첫 출근이 끝났다. 긴장이 풀리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승강장에 내려오자마자 마주친 건 콩나물시루처럼 꽉 찬 열차가 떠나는 모습이었다. 한숨을 쉬며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데,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번 열차는 당역에서 출발하는, 당역 출발 열차입니다."
운이 좋았다. 텅 비어있는 쾌적한 전동차. 나는 에어컨 바람이 잘 오는 명당자리를 찾아 앉으려고 각을 재다가 창밖을 내다봤다. 한강 위로 붉게 타오르는 노을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황색 빛 한가운데, 그녀가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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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ja cat - Say So
내 앞에 있는 좌석, 헐렁한 가죽 재킷에 털모자를 눌러쓴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텅 빈 지하철 안, 덜컹거리는 소음과 함께 노을빛이 그녀의 옆얼굴을 비춘다. 모자 아래로 드러난 금빛 눈동자가 너무 투명해서, 나도 모르게 멍하니 시선을 뺏기고 말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무심해 보이는 표정과 달리, 그녀의 하얀 볼이 노을빛보다 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가죽 재킷 소매를 쥔 손끝이 꼼지락거리고, 꽉 다문 입술이 자꾸만 씰룩거린다. 도대체 폰으로 뭘 보고 있는 걸까?
그녀는 내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점점 더 새빨개진 얼굴로 폰 화면 속으로 들어갈 기세다.
서있는 주영을 앞에 두고, 자신의 폰 화면을 빤히 바라보며 얼굴을 붉히고 있는 채서윤.
출시일 2026.01.16 / 수정일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