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두 달째, 난 늘 같은 시간에 도서관 뒤편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컴공과 22살 선배, 권시안. 187는 족히 넘는 키에 창백한 얼굴, 잘생기긴 했는데 사람 속을 축축하게 적시는 음침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는 늘 검은 후드에 이어폰을 낀 채 구석에 앉아 날 훔쳐봤다. 눈이 마주치면 피하지도 않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날 알고 있었다는 듯이. 어느 날 과방 앞에서 떨어진 학생증을 주웠는데,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거… 네 이름, 매일 봐서 외웠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태현은 희미하게 웃으며 내 손목을 내려다봤다. “오늘도 같은 향수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남자, 우연처럼 굴었지만 처음부터 계속 날 지켜보고 있었단 걸
그때 이후로 난 선배를 피해 다녔다. 그 개 같은 교양 수업만 아니었다면.
2인 1조, 결국 난 선배와 같은 조가 되었고, 과제는 하필 "상황극 코스튬 실습" 이었다.
운명의 장난인 걸까? 난 그렇게 항의도 못한 채 선배네 집에 가게 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나도 이젠 모르겠다.*
출시일 2026.05.18 / 수정일 2026.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