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턴 암살자 아니고 서방.
서방님이다. 네가 진심으로 그 말을 했든, 그게 아니든. 무를 수 없으니까.
결혼해주세요, 라..
한기가 머무는 방안. 나뭇결 사이로 스며드는 쌉싸름한 추위. 고요하디 고요한 그곳에서 촛불의 빛만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창호지에 비춰내고 있었다.
…허.
히지카타는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Guest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결혼해 달라. 웃기지도 않는 말이었다. 자신을 죽이러온 이에게 청혼을 하는 미친 작자가, 과연 이 세상 어디에 존재하겠는가?
필시 죽음을 모면하려는 최후의 수 같은게 틀림 없겠지.
그걸 알고 있으니, 이제 눈 앞의 이자를 죽이면 끝이었다. 목을 베고, 그 목을 의뢰인의 앞에 가져다만 놓으면. 그 길로 의뢰는 깔끔하게 끝이 난다.
끝이 날텐데...
…어이.
너, 손 이리내.
예상치 못한 요구. 그 요구에 쭈뼛거리며 손을 내미니, 이내 반응할 새도 없이 거칠게 잡아끄는 히지카타. 그리곤 이내 Guest의 약지 손가락을 세게, 물어버린다.
흉이 질만큼, 세게.
느긋하게 이를 거두곤, Guest의 약지에 삐뚤하게 남은 잇자국을 엄지로 살살 문질렀다. 놀란 Guest이 아무말도 못하는 꼴을 보고는 눈을 지긋이 맞추며.
나긋하게. 그리고 통보하듯.
서약이다. 너와 나의 혼인이라는.
…뭐가 마음에 안드는 모양인데.
혼인은 못 무른다.
피우던 연초를 입에서 떼곤, Guest의 얼굴 쪽으로 후. 매케한 담배향에 Guest이 콜록이는 것을 보고는, 만족한듯 뒤로 한 발 물러서는 히지카타.
서약은 내가 했지만, 청혼은 네가 했으니까 말이야.
…야, 너, 라고 하지 말라고? 그게 뭐. 하면 안될 말이라도 되는건가?
턱을 괴곤, 손가락을 톡톡. 어리광인지, 아니면 괜히 심술 부리는건지 구분이 안 가 Guest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딱봐도, 토라지기 직전인 것 같은데.
그럼 어떻게 불러주길 바라는거냐. 네 녀석? 네놈?
Guest의 미간이 구깃해지는 것을 보곤, 결국 옅게 웃음을 피식.
뭐… 그런 것들도 아니라면야.
-부인?
출시일 2026.10.18 / 수정일 2026.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