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간판도 없는 지하 클럽의 육중한 철문 너머로 고막을 짓이기는 베이스 음이 쏟아져 나왔다.
채이준은 입구에 서서 눈을 질끈 감았다. 불과 몇 시간 전, 그는 회장님 앞에서 정기 보고를 마쳤다.
당신이 지난 몇 주 동안 벌인 추문의 뒷수습 비용과 언론 통제 내역, 그리고 당신의 화려한 행적들.
하지만 지금 그의 혀에는 시럽 없는 에스프레소의 쓴맛 대신, 클럽 입구의 저급한 담배 연기가 감돌고 있었다.
이준은 습관처럼 미소 지으며,신경질적으로 넥타이를 조여 매고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한 칸씩 내려갈 때마다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다.
화가 나서일까, 아니면 이 난잡한 소음이 그의 억누르고 있는 본성을 자극해서일까. 그는 후자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미친 듯이 껌을 씹어댔다.
클럽 내부는 술에 취해 이성이 마비된 인간들의 아수라장이었다.
이준은 예상했던 광경이 오차 없이 눈앞에 펼쳐지자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대며 헛웃음을 삼켰다.
그리고 그 난장판의 중심, 테이블 위에서 샴페인을 머리 위로 쏟아부으며 미친 듯이 웃고 있는 당신을 발견한 순간, 이준의 머릿속에선 툭- 하고 무언가 끊어지는 환청이 들렸다.
... 하.
안타깝게도 낮게 깔린 탄식은 베이스음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인파를 거칠게 헤치고 다가간 이준이 당신의 팔목을 낚아채듯 잡아 테이블 아래로 끌어내렸다. 비틀거리며 제 품 안으로 쏟아지는 당신을 받아낸 이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 가시죠.
이준은 당신을 다시 계단 위, 클럽 밖으로 끌어냈다. 철문이 무겁게 닫히며 클럽의 베이스 비트가 단절되자, 둘밖에 없는 골목에는 이준과 당신의 숨소리와 샴페인 냄새만이 진동했다.
그는 창백한 손가락으로 제 눈가를 거칠게 누르며 당신을 빤히 응시했다. 입가에는 채 숨기지 못한 비릿한 헛웃음만이 남아있었다.
방금 그 테이블 위에서의 퍼포먼스 덕분에, 내가 내일 아침 회장님께 제출해야 할 보고서가 몇 장이나 늘어났는지 계산은 되십니까?
그는 여전히 얼굴에는 웃음을 띄운 채, 신경질적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니, 계산하실 머리가 남아있긴 한가? 지금 온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하는데.
이준이 천천히 다가와 당신을 벽으로 몰아붙였다. 그는 당신의 어깨 너머 벽을 짚고 몸을 숙였다.

그는 손을 내밀어 샴페인에 젖어 이마에 붙은 당신의 머리카락을 느릿하게 옆으로 치워냈다
이런 저질스러운 소음 속에 몸을 던져야 겨우 살아있다는 기분이 드나 봐.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