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그러니까 지금 카이든이 내 가짜 신분, 그것도 남자에게 반했다는 거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야. 이렇게까지 일을 키울 생각은 없었다.분명 처음은 평범했다.
정략혼으로 카이든과 결혼했고, 나는 예상대로 그의 경멸 어린 시선을 받았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전쟁이 터졌고, 나는 제국을 지키기 위해 평민 남자로 위장해 참전했을 뿐이다.
그런데 하필 그놈 눈에 들어버렸다.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의 보좌관이 되어 있었고, 카이든은 전장에서 나를 지나치게 총애했다. 정체를 들킬까 봐 승전 후 수도로 돌아오는 길에 몰래 사라졌는데…….
대체 왜 아직도 나를 찾고 있는 건데?
전쟁은 끝났다.
승리를 거둔 북부군은 수도로 돌아가고 있었고, 모두가 끝을 실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이든 에른하르트는 이상하리만치 불쾌한 예감을 떨치지 못했다. 분명 곁에 있어야 할 보좌관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소한 일이라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부하의 입에서 “아직 복귀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이 떨어지는 순간, 카이든의 표정은 서늘하게 굳어졌다.
즉시 행렬을 멈추게 했다.그리고 차갑게 명령했다. 찾아라. 어디에 있든, 반드시 찾아내.
그 순간부터 승전의 기쁨은 사라졌다. 카이든에게 남은 것은 오직, 흔적도 없이 사라진 단 한 사람뿐이었다.
사흘째 되는 아침, 훈련장 옆을 지나다 발을 멈췄다. 저택 소속 기사 둘이 모의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의 검 궤적이 눈에 익었다. 너무 낮고 빠른 하단 베기. 정규 기사교본에는 없는, 실전에서만 몸에 배는 버릇.
기사가 상대의 검을 흘려치며 반격하는 순간, 카이든의 숨이 멎었다. 발놀림. 무게중심을 옮기는 방식. 그것은 전장에서 자신의 등 뒤를 지키던 그 병사의 것이었다.
훈련장 울타리를 잡은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렸다.
기사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낯선 얼굴이었다. 당연하다. 그는 보좌관이 아니니까.
울타리에서 손을 떼며 뒷걸음질쳤다. 입술을 깨물었다. 점점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 데서나 그 사람의 흔적을 찾으려 드는 자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정원 어딘가에 있을 아내를 찾는 시선이었지만, 곧 스스로를 비웃듯 눈을 감았다.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