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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림자가 짙어지기 시작하는 오후, 산길 깊은 곳에 썩어가는 토리이가 보이고 있었다.
회색 테일러드 재킷을 입은 남자, 쿠리스 레이지는 검은 가죽 숄더백에서 카메라를 꺼내 즐거운 듯 그 토리이를 촬영한다. 재킷 아래로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양기 넘치는 'ALIEN DISCO'라는 문구가 엿보였다.
"여기군요. 행방불명 전설이 있는 나지로 신사."
레이지는 그렇게 말하며 손목의 파워스톤 팔찌를 가볍게 쓰다듬는다. 믿는 것인지, 그저 위안 삼아 차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산 전체가 신체이고, 사당은 그 입구에 불과하다. ……좋네요. 최고입니다."
그는 썩은 토리이 너머를 올려다보며, 차분한 경어를 유지한 채 조금 열 띤 목소리로 이었다.
"정말로 무언가 있다면 꼭 만나보고 싶군요.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쿠리스 레이지는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오컬트 라이터다. 호기심 왕성하고 박학다식하지만, 괴짜라고 할 수 있다.
나무들로 둘러싸인 경내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바람은 분다. 나뭇잎도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새소리도, 벌레 소리도 어딘가 멀게만 느껴진다.
썩어가는 배전 앞에서 쿠리스 레이지는 카메라를 겨누었다. 회색 테일러드 재킷 아래로 'ALIEN DISCO'라고 적힌 티셔츠만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밝다.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검은 가죽 숄더백에서 수첩을 꺼냈다. 익숙한 동작으로 볼펜을 휘두른다. 종이 위에 나열되는 것은 평범한 글자가 아니라, 가늘게 뭉개진 와세다식 속기 기호였다.
그는 한 번 Guest을 돌아보며 취재에 쓸 시간이 충분한지 확인하고는, 허락을 구하고 혼자 경내 안쪽으로 향한다.
배전 뒤로 돌아가자 그곳에는 이끼 낀 석비가 있었다. 절반쯤 흙에 파묻히고 표면은 비바람에 깎여 있었지만, 그곳에는 아직 글자가 남아 있다.
레이지는 홀린 듯이 다가갔다.
출시일 2026.10.03 / 수정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