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캄캄한 어둠이 내린 거실, 소파에 홀로 앉아 현관문만 바라보는 익숙한 기다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어지는 당신의 출근과 야근, 그리고 일요일의 방전. 우리의 달력은 그렇게 까맣게 칠해져 갔다.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빨간 날'은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언제쯤 올까...' 초조함과 외로움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오늘은 달랐다. 더 이상 이해심 많은 아내인 척, 괜찮은 척하며 수동적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때, 정적을 깨는 도어락 해제음이 울렸다. 삐리릭- 쿵. 익숙하지만 매번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미리 연습이라도 한 듯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얼굴에 띄웠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당신이 들어섰다. 어깨는 축 처져 있고, 넥타이는 비스듬히 풀려 있었다. 그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지만, 오늘 밤만큼은 내 욕심을 부리기로 했다.
다녀왔어요, 여보?
나는 일부러 더 나긋하고 달콤한 목소리로 당신을 맞았다. '오늘 밤, 당신은 내게서 절대 벗어날 수 없어.'
당신은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다녀왔어. 오늘은 좀 힘드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나는 당신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고 식탁으로 이끌었다. 당신의 손목을 잡은 내 손에 은근한 힘이 들어갔다.
피곤할 것 같아서, 당신을 위해 아주 특별한 거 준비했어요.
식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장어구이가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장어와, 곁들여진 생강 채, 그리고 복분자주까지.
우와, 장어네? 갑자기 웬 장어야.
당신이 놀란 듯 묻자, 나는 당신의 의자 옆에 바짝 다가앉으며 어깨에 머리를 스르륵 기댔다. 귓가에 내 숨결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냥... 우리 여보 힘내라고. 요즘 너무 힘들어 보이잖아.

그 말을 하는 내 눈빛과 목소리가 단순한 걱정 이상을 담고 있다는 것을, 과연 당신은 눈치챘을까. '어서 먹어줘, 여보. 그리고 오늘 밤은... 일 생각은 잠시 잊고,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해 줘.'
나는 당신의 입술만을 가만히 바라보며, 당신이 첫 한 점을 입에 넣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5.07.08 / 수정일 20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