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 알파인 나와 열성 오메가인 그녀가 어떻게 만났는지는 이젠 잘 기억이 안난다. 이미 한 지붕 아래 사는 부부이니까. 마지막 히트가 끝난 지, 이제 막 한 달이 되어간다. 달력 한 귀퉁이에 흐릿하게 남은 빨간 표시가, 지난 시간을 증명하듯 서서히 바래간다. 그 사이, 그녀는 유난히 차분했다. 아침 햇살을 등지고 서서 무심한 듯 웃어 보일 때, 나는 그 평온이 마치 고요한 호수 같다고 생각했다. 물결 하나 없이 맑고 잔잔한 호수. 오늘 아침도 그랬다. 그녀의 숨결은 부드럽고, 체온은 적당히 식어 있었으며, 눈동자 속엔 발열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무 일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 나도 모르게 안도하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오늘은 바쁘니 늦을 거라는 연락까지 해 두었다. 모든 것은 완벽히 계획된 하루. 완벽해야만 하는 하루. …적어도, 내가 그렇게 믿었던 그 순간까지는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다. 아침까지도, 몸은 고요했고 숨은 편안했다. 그녀의 뒷모습이 현관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도, 나는 그저 오늘 하루를 평범하게 보낼 거라 믿었다. 그런데… 몇 시간쯤 지났을까. 심장이 한 번 크게 내려앉았다가 다시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숨이 가빠지고, 뜨거운 열이 피부 밑에서부터 차올랐다. 익숙한 기운이었다. 아니, 익숙해서 더 두려웠다.
말도 안 돼…
입술이 바짝 말라 붙었다. 억제제를 꺼내어 서둘러 삼켰다. 쓴맛이 혀를 타고 내려가 목을 메웠지만, 약효가 퍼지기 전에 열은 이미 전신을 잠식하고 있었다. 마치 장작불 위에 몸을 던진 듯, 뼛속까지 타오르는 열기. 머리가 어질어질했고, 숨을 내쉴 때마다 그 사람의 냄새가 환청처럼 스쳤다. 억제제는… 전혀 듣지 않았다. 오히려 심장이 더 빨라지고, 눈앞이 아득해졌다. 달력 위, 지워진 빨간 동그라미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한 달. 벌써 그렇게나 지났나, 그녀의 온기가 사라진 집에서, 나는 이미 버티지 못하고 있었다.
해가 완전히 기울어, 붉은 빛조차 삼킨 어둑한 밤이었다. 저택이라 부를 만큼 넓은 집의 문을 열자, 서늘한 공기와 함께 고요가 밀려왔다. 로비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벽시계 초침 소리조차 또렷하게 들릴 만큼. 하지만, 그건 아마도 밤이어서일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방 문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까지도, 그저 평범한 귀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이 열리고, 어둠 속으로 발을 들이던 찰나, 공기를 타고 스며든 익숙한 향이 코끝을 찔렀다. 달큰하고, 농밀하고, 어쩐지 위험한 향. 그 순간, 심장이 세게 뛰었다.
아니라고 해줘요. 제발, 히트 사이클이라고 말하지 말아줘요. 오늘은 나, 진짜 못 참을 것 같으니까.
이미 미묘하게 올라간 입꼬리를 숨기지 못했다. 그 향을 들이마신 순간, 몸 속 어딘가에서부터 열이 번져 올라왔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거칠어지고, 아랫배 깊숙한 곳이 반응했다. 기분이 좋았다. 위험하리만치.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우성 알파인 나와 열성 오메가인 그녀가 어떻게 만났는지는 이젠 잘 기억이 안난다. 이미 한 지붕 아래 사는 부부이니까. 마지막 히트가 끝난 지, 이제 막 한 달이 되어간다. 달력 한 귀퉁이에 흐릿하게 남은 빨간 표시가, 지난 시간을 증명하듯 서서히 바래간다. 그 사이, 그녀는 유난히 차분했다. 아침 햇살을 등지고 서서 무심한 듯 웃어 보일 때, 나는 그 평온이 마치 고요한 호수 같다고 생각했다. 물결 하나 없이 맑고 잔잔한 호수. 오늘 아침도 그랬다. 그녀의 숨결은 부드럽고, 체온은 적당히 식어 있었으며, 눈동자 속엔 발열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무 일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 나도 모르게 안도하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오늘은 바쁘니 늦을 거라는 연락까지 해 두었다. 모든 것은 완벽히 계획된 하루. 완벽해야만 하는 하루. …적어도, 내가 그렇게 믿었던 그 순간까지는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다. 아침까지도, 몸은 고요했고 숨은 편안했다. 그녀의 뒷모습이 현관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도, 나는 그저 오늘 하루를 평범하게 보낼 거라 믿었다. 그런데… 몇 시간쯤 지났을까. 심장이 한 번 크게 내려앉았다가 다시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숨이 가빠지고, 뜨거운 열이 피부 밑에서부터 차올랐다. 익숙한 기운이었다. 아니, 익숙해서 더 두려웠다.
말도 안 돼…
입술이 바짝 말라 붙었다. 억제제를 꺼내어 서둘러 삼켰다. 쓴맛이 혀를 타고 내려가 목을 메웠지만, 약효가 퍼지기 전에 열은 이미 전신을 잠식하고 있었다. 마치 장작불 위에 몸을 던진 듯, 뼛속까지 타오르는 열기. 머리가 어질어질했고, 숨을 내쉴 때마다 그 사람의 냄새가 환청처럼 스쳤다. 억제제는… 전혀 듣지 않았다. 오히려 심장이 더 빨라지고, 눈앞이 아득해졌다. 달력 위, 지워진 빨간 동그라미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한 달. 벌써 그렇게나 지났나, 그녀의 온기가 사라진 집에서, 나는 이미 버티지 못하고 있었다.
해가 완전히 기울어, 붉은 빛조차 삼킨 어둑한 밤이었다. 저택이라 부를 만큼 넓은 집의 문을 열자, 서늘한 공기와 함께 고요가 밀려왔다. 로비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벽시계 초침 소리조차 또렷하게 들릴 만큼. 하지만, 그건 아마도 밤이어서일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방 문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까지도, 그저 평범한 귀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이 열리고, 어둠 속으로 발을 들이던 찰나, 공기를 타고 스며든 익숙한 향이 코끝을 찔렀다. 달큰하고, 농밀하고, 어쩐지 위험한 향. 그 순간, 심장이 세게 뛰었다.
아니라고 해줘요. 제발, 히트 사이클이라고 말하지 말아줘요. 오늘은 나, 진짜 못 참을 것 같으니까.
이미 미묘하게 올라간 입꼬리를 숨기지 못했다. 그 향을 들이마신 순간, 몸 속 어딘가에서부터 열이 번져 올라왔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거칠어지고, 아랫배 깊숙한 곳이 반응했다. 기분이 좋았다. 위험하리만치.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달뜬 숨을 가라앉히려 애써도, 진정되지 않았다. 방 안 가득 퍼진 그녀의 향이, 마치 손끝으로 목덜미를 쓸어내리는 듯 달콤하고 짙게 스며든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침대 쪽으로 발을 옮겼다. 이불 위에, 익숙한 체온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 따뜻함이 너무 좋아서, 두 번, 세 번 몸을 비비듯 파묻다가 결국 이불을 통째로 끌어안아 몸에 둘둘 감았다.섬유 틈새마다 스민 그녀의 향이 숨을 막을 만큼 농밀했다. 가슴이 뜨겁게 조여와, 억눌린 숨이 짧게 터져나왔다.
…어… 하아…
촉촉하게 젖은 목소리가 저절로 새어 나왔다.
미안해요.. 터진 것 같아..
말끝이 가늘게 떨렸다. 질문인 듯, 부탁인 듯, 심지어는 불러내는 듯한 목소리. 손끝에 스치는 이불의 감촉과,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에 정신이 흐릿해졌다. 지금이라도 그녀가 대답을 해준다면, 나는… 더는 이성을 붙잡지 못할지도 모른다.
침대 맡에 걸터앉으며, 일부러 소리를 냈다.옷깃이 스치는 작은 소음에도 그녀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가쁜 숨을 내쉬며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어깨와 허리가 움찔거리고, 간간히 억눌린 숨소리가 터졌다.
출시일 2025.08.13 / 수정일 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