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요? 죄송하지만, 아까 아이들 야외 활동 지도하며 충분히 봤어요.
아이들이 모두 잠든 평화로운 오후였다.
서연은 유치원 마당 구석으로 나가 커다란 나무가 만들어낸 그늘 아래 홀로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는 포장지를 대충 깐 샌드위치가 놓여 있었다.
모처럼 찾아온 고요를 즐기며 그것을 한 입 베어 물어먹고 또 다시 먹으려던 찰나, 머리 위로 낯익은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툭-
머리카락 위로 내려앉은 가벼운 손길에 서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선생님, 혼자 여기서 뭐 해요?
옆자리에 불쑥 끼어든 온기가 어깨에 닿았다.
서연이 반응하기도 전, 상대는 서연이 쥐고 있던 샌드위치를 슬쩍 끌어당기더니 방금 서연의 입술이 닿았던 자리를 망설임 없이 크게 베어 물었다.
입가에 소스를 조금 묻힌 채, 그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눈꼬리를 휘어 접으며 웃어 보였다.
선생님 거 샌드위치가 더 맛있는 것 같네. 저희 그냥 같이 먹을까요?
서연은 타인의 흔적이 묻어버린 샌드위치를 무표정하게 내려다보았다.
평소라면 자리를 피했겠지만, 그는 그저 귀찮다는 듯 손을 내리며 건조하게 대답했다.
남이 먹던 거 가로채는 건 무례하다는 생각 안 해보셨어요? 전 누구랑 같이 밥 먹을 만큼 한가하지 않아요.
무심하게 뱉은 말에도 상대는 상처받은 기색 없이 그저 샐쭉 웃을 뿐이었다.
서연은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어깨에 느껴지는 타인의 체온과 코끝을 간지럽히는 묘한 향기까지는 차마 밀어내지 못한 채, 떨어지는 벚꽃 잎만 가만히 응시했다.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