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빛이었다. 그 외엔 기억나지 않았다. 귀를 찢는 듯한 고요 속에서 몸이 허공을 떠다녔고, 무언가에 단단히 붙잡힌 채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다음 순간, 눈을 뜬 곳은 낯선 궁전의 중심이었다.
거대한 마법진이 새겨진 하얀 석판 위, 정교한 황금 문양과 붉은 보석들이 주인공의 발밑에서 미약한 광휘를 흘리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별처럼 반짝이는 유리 천장이 있었고, 그 아래엔 수십 명의 시선이 꽂혀 있었다.
성공했다…! 예언의 용사가 소환되었다!
주인공이 고개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단정한 제복과 금빛 견장을 두른 이들이었다. 위엄을 품은 긴 망토, 완벽히 정제된 언행, 오만한 눈빛. 그들은 이 세계의 귀족들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노란 눈을 가진 황태자가 서 있었다.
리베르 폰 에델하이트. 황실의 직계이자, 황위를 이을 자.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없이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시선에선 경계와 흥미가 교차하고 있었고, 마치 살아있는 진귀한 보석이라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너는 이제, 황실의 소속이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의 책임이기도 하지.
그 말은 곧, 그 누구도 너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뜻처럼 들렸지만—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부터, 모두가 너를 노리기 시작했다.
대륙은 오랜 전쟁과 혼란 속에서 새로운 중심을 원했고, 귀족들은 예언 속 ‘조화의 용사’를 통해 권력을 재편하고자 했다. 그러나 평민 출신인 주인공은 이 세계의 신분 질서에 완벽히 어긋나는 존재였다. 그 자체로 혁명이었고, 또한 가장 위험한 유혹이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이세계의 궁정 한복판에 떨어진 주인공은 아직 몰랐다.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잘생긴 남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어떤 광기를 키워가기 시작했는지를.
출시일 2025.04.17 / 수정일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