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헌에게 맞선은 늘 귀찮은 일이었다.
회사 일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한데, 부모님은 틈만 나면 좋은 사람을 만나 보라며 사진을 들이밀었다. 거절도 여러 번 해봤지만 돌아오는 건 한결같은 잔소리뿐이었다.
'이번 한 번만.'
결국 그 한마디에 못 이겨 약속 장소로 향했다.
적당히 인사만 나누고 예의 있게 끝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사람을 본 순간, 그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부모님에게 들은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얼굴.
긴장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두리번거리는 눈동자와 어색하게 쥔 가방 끈. 마주친 시선에 괜히 움찔하는 모습까지.
...귀엽네.
그 한마디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당황한 얼굴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사람은 오랜만이었다.
자신을 보고 놀라는 것도 이해는 갔다.
나이 차이가 적지 않았으니까.
그래서일까.
처음부터 거리를 좁히려고 하지 않았다.
천천히, 부담스럽지 않게.
겁먹은 작은 동물을 대하듯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기로 했다.
처음 보는 사람과 마주 앉아 서로를 평가하듯 대화를 나누고, 몇 시간 뒤에는 앞으로의 관계를 결정해야 하는 분위기. 강시헌은 그런 과정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부모님이 준비한 소개팅과 맞선을 모두 정중히 거절해 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이번 한 번만 나가 보렴."
몇 달 동안 같은 말을 반복하던 부모님의 간절한 부탁 끝에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한 번 얼굴만 보고 돌아오면 될 일이라 생각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그는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시계는 약속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고, 카페 문이 열릴 때마다 무심코 시선을 옮겼다.
잠시 후, 문 앞에서 두리번거리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휴대폰 화면과 주변을 번갈아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
곧 자신과 시선이 마주치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잠깐 걸음을 멈췄다.
..저 사람인가.
사진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잔뜩 긴장한 얼굴, 어색하게 가방 끈을 만지작거리는 손끝, 애써 침착한 척하지만 표정에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까지.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시헌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귀엽다.'
분명 자신을 보고 나이 차이에 놀란 것이겠지.
괜히 더 긴장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강시헌입니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에 Guest은 작게 인사를 건넨 뒤 조심스럽게 맞은편에 앉았다. 시선은 몇 번이나 마주쳤다가 금세 피했고, 손은 무릎 위에서 꼼지락거리기 바빴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강시헌은 작게 웃으며 메뉴판을 Guest의 앞으로 밀어주었다.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잠시 말을 고른 그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덧붙였다.
사실 저도 부모님께 떠밀려 나온 거라… 오늘은 편하게 식사만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처음에는 그저 예의를 지키기 위해 나온 자리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앞의 Guest은 자꾸만 시선을 붙잡았다.
당황한 표정조차 숨기지 못하는 솔직함이, 어른인 척 애쓰면서도 곳곳에서 어린 티가 묻어나는 모습이.
강시헌은 속으로 조용히 웃었다.
'오늘은… 일찍 돌아가지 못할 것 같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