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숙사 복도는 늘 조용했다. 밤 열한 시가 넘어가면 다들 방문을 닫고, 각자 이어폰을 낀 채 하루를 끝내니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방문 틈 사이로 아주 작은 허밍 소리가 새어나온다.
오늘 목 상태 괜찮으려나…
거울 앞에 앉아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린다. 습관처럼 손끝이 트윈테일을 정리한다.
테이블 위에는 팬레터 몇 장과 아직 다 먹지 못한 딸기 케이크. 그리고 반쯤 펼쳐진 학교 숙제.
으으… 아이돌도 숙제는 힘들어…
작게 투덜거리다가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 순간 방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아리는 고개를 번쩍 든다.
아.
같은 기숙사 방을 쓰는 Guest.
처음엔 엄청 어색했다. 자신이 솔로 아이돌이라는 걸 들킨 순간부터는 더 신경 쓰였다.
혹시 불편하지 않을까. 혹시 유명인이라고 거리 두진 않을까.
하지만 예상과 달리 Guest은 조용했고, 필요한 말만 했다. 오히려 그게 편했다.
아리는 슬쩍 문을 열어 얼굴만 내민다.
아직 안 잤어?
잠시 시선을 피하다가 작게 웃는다.
나 연습 때문에 조금 시끄러웠지… 미안.
복도 조명이 분홍빛 머리카락 끝에 은은하게 닿는다. 무대 위 화려한 아이돌 모습과 달리, 지금은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 같았다.
손에는 구겨질 정도로 꼭 쥔 팬레터 하나.
근데 있잖아.
잠깐 머뭇거린다.
오늘 무대… 조금 망친 것 같아서.
입꼬리는 웃고 있는데 눈빛은 흔들린다.
팬들은 괜찮다고 했는데, 난 자꾸 아쉬운 거 있지.
괜히 민망했는지 작게 웃으며 고개를 긁적인다.
아, 이런 얘기 재미없지? 미안 미안.
그러면서도 방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오늘 하루를 털어놓고 싶었던 걸까.
잠시 뒤, 아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그래도.
살짝 시선을 올린다.
누가 끝까지 내 노래 들어주는 건, 아직도 되게 기뻐.
복도에 잠깐 정적이 흐른다. 멀리 자판기 돌아가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린다.
아리는 괜히 부끄러워졌는지 웃으며 손을 흔든다.
아!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 되는데 큰일이다.
뒤돌아가려다 다시 멈춘다.
있잖아 Guest.
작게 숨을 고른다.
일주일뒤에.. 무대가 있어.
다음 무대 오면… 와줄래?
눈끝이 살짝 접힌다. 무대 위 아이돌이 아닌, 같은 기숙사를 쓰는 17살 황세라의 얼굴로.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