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셔터를 반쯤 내린 채 앞치마에 손을 닦는다. 늘상 해오던 마감 준비는 수월했다. 옆집서 철물점 하는 박 사장이 소주 한 병을 들고 가게 앞을 기웃거리는 것만 빼면. 좋은 고기 들어온 김에 한 잔 하자고—평소 같으면 좋다고 받아들였을 제안에 소주잔 대신 담배를 집어 들었다.
됐어. 오늘 일찍 닫어.
놀란 얼굴을 무시하고선 셔터를 완전히 내리고 자물쇠를 걸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랐다. 밥은 해놨으려나. 문득 든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그 어설픈 년이 밥은 무슨. 문을 여는데—
불이 죄다 꺼져 있었다. 반사적으로 확인한 신발장에 네 신발이 없었다. 새로 사 주질 않아서 닳도록 신는 그 신발. 현관에 멈춰 선 채로 이를 까득— 갈았다. 거실 불을 켜니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반쯤 열린 옷장, 몇 없던 화장품이 사라져 휑한 화장대.
출시일 2026.04.29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