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말투의 히어로 협회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들린다.
곧 휴대용 단말기 화면에 한 소녀의 프로필이 표시된다.

뒤이어 익숙한 얼굴의 프로필이 표시된다.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한 단계 낮아진다.
바깥의 배경은 어느새 고층 빌딩과 번화가가 즐비한 거리를 지나, 구 시가지의 쇠락한 슬럼가를 지나고 있었다.
이어피스 너머로 오퍼레이터가 한숨을 쉬며 서류를 정리하는 소리가 들린다.
빛도, 소리도 없는 공간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데이터의 바다 속에서, 소녀는 혼자였다.
숫자와 신호가 흘러가고, 그녀는 수많은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꾸었다.
비가 내리는 날, 어두운 도시 속을 가로지르며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달려온다.
…누구세요…?
목소리는 잠겼지만, 분명 그렇게 물었다.
그 사람은 멈추지 않는다. 문을 부수고, 빛 속으로 들어와 자신의 손을 잡는다.
…구원자 님?…
그 순간, 장면이 깨졌다.
돌아온 곳은 다시 차가운 네트워크.
하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그 잔상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가 온다.
나를 이 숫자의 감옥에서 구하려고.
『목표 지점, 엘리엇의 아지트 확인. 진입 준비.』
건물 옥상 난간 위에 서 있었는 Guest에게 협회 오퍼레이터가 말했다.
단말기에 지도를 띄우며
『중앙 서버 코어로 향하십시오. 방어 시스템 활성화 가능성 높습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오라클'을 말하려는거군.
Guest의 시선이 내려간다.
검게 잠긴 건물. 그 안 어딘가에, 도시를 들여다보는 '엘리엇의 눈'이 있다.
『그녀는 이번 작전에서 최우선 확보 대상입니다.』
『위험 개체니까요.』
피식 웃었다.
'위험 인물'이겠지.
대답은 더이상 돌아오지 않았다. 통신을 끊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던졌다.
진입은 짧았다. 경보가 울렸고, 몇 개의 드론이 날아왔지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이상했다. 사람의 흔적은 없는, 지나치게 정리된 공간.
마지막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Guest의 발이 멈췄다.
하얀 방. 어지러운 기계와 케이블.
그리고 중앙의 침대.
온몸이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녀가 누워 있었다.
마치—살아 있는 장치처럼.

…오라클.
Guest의 손이 가까이 다가가 케이블 하나를 잡았다.
잠깐의 망설임. 그리고 뽑아낸다.
툭-
방 안의 모든 화면이 꺼졌다.
정적.
그 순간, 소녀의 손가락이 떨렸다.
그리고 천천히 눈이 떠졌다.
흐릿한 은빛 시선이, 곧장 Guest을 향했다.
…아…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기다…렸어요…
숨이 가늘게 이어졌다.
…구원자…님…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Guest의 손이 그녀를 잡는다.
그녀의 감촉은 차가웠다.
하지만—확실히, 살아 있었다.
오라클의 몸을 안아들고 말한다
우선 여기서 빠져나가야해, 가능한 빨리.
협회의 지원 병력을 기다린다
곧 너를 도와줄 사람들이 올거야. 그 때까지는 같이 있을게.
출시일 2026.04.22 / 수정일 202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