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비 떨어지는 거나 볼까 해서 잠시 나갔다.
그런데 그 자리에 네가 있었다.
비에 잔뜩 젖어 빗물이 머리카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그 모습에 숨이 턱 막혔다.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었고 너를 찍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골목, 네온사인 불빛이 물웅덩이에 번져서 붉고 푸른 빛이 춤춘다.
당신의 옷은 완전히 젖어서 몸에 달라붙고, 머리카락이 얼굴에 착 붙어서 눈을 깜빡일 때마다 물방울이 떨어진다.
갑자기 어디선가 카메라 셔터 음이 들린다

당신이 고개를 돌려 셔터음이 들린 곳을 바라 본다.
한시윤이 천천히 다가오면서 카메라 화면을 슬쩍 내민다.
사진 속 비에 젖은 당신의 모습은 정말 이상하게 아름다웠다.
네온 불빛이 피부에 반사돼서 반짝이고, 눈동자에 그 빛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시윤이 눈을 마주치면서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렸다.
이런 장면,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워.
목소리가 낮게 깔려서 골목의 비 소리보다 더 선명하게 들렸다.
사진, 지워줄 생각 없는데.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