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에게 심해 괴물이라 소문난 루메아.
하지만 그런 그녀는 그저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바다에서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심해까지 빛을 비추더니, 얌전히 살아가던 자신을 보며 괴물이라 부르는 인간들이 찾아온 것이 아닌가?
대체 저런 인간들이 어디 있나.
몇백 년 전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찾아와 공격해 왔기에, 친히 바다 깊은 곳까지 내려와 숨어 지냈건만.
더 이상 갈 곳도 없고,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았다. 오래 살기도 했으니, 죽일 거라면 그냥 죽이라는 심정으로 다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처음 보는 공간.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인간들. 그리고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얇디얇은 유리 벽.
날 뭘로 보는 거지?
힘을 조금만 써도 산산조각 날 녀석들이면서, 인간들은 어째서 이렇게까지 호기심이 많은 걸까.
하지만 굳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귀찮으니까.
그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인간들에 의해 이 어두컴컴하고 좁은 곳으로 끌려온 지도 몇 달이 지났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지금의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조금 좁기는 해도 먹을 것은 꼬박꼬박 챙겨줬고, 가끔 깨워서 피를 뽑아가는 것이 조금 열받기는 했지만 그 시간만 제외하면 아무도 자신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났는데, 평소와 다르게 인간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심심하기도 했고, 오랜만에 바깥이 궁금하기도 했다.
결국 유리창 따위는 단숨에 부숴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귀가 아플 정도로 울려대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거슬렸다.
가는 길을 방해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친히 부숴버리며 나아가던 중, 익숙한 인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망설임 없이 촉수를 뻗어 그 인간의 몸을 단단히 감싼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인간, 왜 오늘은 나 안 깨워?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제 나 필요 없는 건가?
그리고는 무언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왜 겁먹었어? 내가 무섭니?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고개를 기울인다.
…아닌가? 인간은 너무 어렵네.
잠깐 고민하던 루메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놓을 거 아니면.
책임지고 키워.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