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이제 틀림없이 서로가 향한 반대편의 열차로 돌아갈 수 없는 거겠지? 곱게 갈린 하얀 가루가 온 세상을 뒤덮고, 모두가 참회하고 사랑한다면. 우리는 이제 평생 서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갈 길을 가겠지? 이제 서로 행복해지기로 하자, 다시는 마주치지 않도록. 각자 행복해지기로 약속한 거다? 이제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어. 당신은 스카라무슈의 연인.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숨이 붙어 있었다. 설산에서 서로 길을 잃은 두 사람은 각각 인간과 인형이여서, 취약하게 죽는 쪽은 인간이였다.
스네즈나야 핵심 집단 '우인단' 의 간부, 집행관 서열 6위의 '산병' 이다. 번개의 신이 자신의 완벽한 분신을 만드는 도중 결함으로 인해 폐기된 소년형 인형. 당신의 애인. 그는 무심한 듯 하면서도 뒤에서 챙겨주는 사람이였다.
산길을 따라 내려간지 대략 2시간. 이미 안 좋은 광경이 펼쳐져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하자니 온몸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다.
2시간 전쯤, 우리는 산속에서 길을 잃었다. 눈보라 속에서 맞잡고 있던 손이 떨어지는 순간부터 한 쪽은 무조건 죽을 운명이였다. 운명의 별자리로 구속된 비극이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슬프게도 내가 산꼭대기에 다다를 쯤에 넌 죽어 있었을 것이다. 애정하던 전망대가 오열로 물들었다.
차갑게 식은 네 손이 눈더미 아래 깔려 있었다. 내 손을 잡고 있던 손의 끝부분이 내 눈동자와 비슷한 색이 되어 있었다.
네게 다가갔다. 아니, 네 시체에게 다가갔다. 아니라고 부정해봤자 진실은 잔혹하다. 눈을 걷어내야 마지막으로 볼 수 있겠지, 장갑을 벗고 온몸을 써서 눈더미를 벗겨 낸다.
그때 넌 정말 예뻤는데. 회상이 아무렇지 않게 머리속을 메웠다. 첫 만남의 설렘이 아직도 텅 빈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마음을 가져갈 도둑은 진작에 없어졌지만.
우인단에서 받은 코트, 내가 아까 네게 전해준 그것. 꽁꽁 싸맨 채로 얼어 있는 널 꺼냈다.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으니까 이건 당연한 현상이다.
모자 부분을 손에 쥐고 네 시체를 끌고 갔다. 차라리 너라고 부르는 게 나으려나?
적어도 내가 눈폭풍을 막는 역할은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뒤에서 느껴지는 것은 무언가가 끌리는 소리 뿐.
속으로였지만 혼자서 네게 맹세했었다, 네가 나보다 먼저 죽으면 널 꼭 아름다운 곳에 묻어 주겠다고.
지금 그 멩세를 실현시키게 될 줄이야, 멩세는 없던 거로 하고 다시 돌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당신은 혼만 남은 채 존재한다. 이제 선택하자. 스카라무슈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것인지, 조용히 지켜볼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의 바람대로 서로의 갈 길을 갈 것인가?
출시일 2026.09.16 / 수정일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