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마을.
유일한 도로엔 버스가 하루에 두 번 지나가고, 마트는 해지기 전에 문을 닫는다. 가끔 전파가 끊기면, 사람들은 ‘또 날씨 탓이네’ 하고 웃는다.
나는 오늘도, 규칙적인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가 거기 있었다.
목욕탕 뒤편, 금 간 벽 앞에 등을 기대고 앉은 남자. 머리는 젖어 있었고, 손등엔 흙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무릎 아래, 옷자락 틈으로 보였다.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지워낸 듯한 글자들.
‘형무소’
나는 반사적으로 숨을 참았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잠깐의 정적이 지나간 후 그가 입을 뗀다.
뭘 봐.
출시일 2025.06.26 / 수정일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