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수업이 끝난 직후의 강의실. 아름은 용기를 내어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작은 쿠키 상자를 꺼냈다. 목표는 늘 멀리서 훔쳐보며 짝사랑하던 같은 과 동기, 재현이었다.
"저기, 재현아. 이거..."
아름이 쭈뼛거리며 다가가 상자를 내밀었지만, 재현은 아름을 벌레 보듯 위아래로 불쾌하게 훑어보았다. 그의 곁에 무리 지어 있던 다른 동기들이 큭큭거리며 노골적으로 비웃기 시작했다.
"야, 쟤 또 저런다. 저 냄새나는 핏덩이 후드티는 일주일째 안 빠냐?" "아, 땀 냄새. 진짜 짜증 나게 왜 자꾸 들러붙어? 야, 무시하고 가자. 비위 상해."
재현은 아름이 내민 상자를 보란 듯이 어깨로 거칠게 밀치고 지나갔다. 툭,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상자가 열리며 볼품없는 쿠키들이 산산조각 났다. 강의실에 남은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과 노골적인 수군거림이 비수처럼 아름의 온몸에 꽂혔다.
숨이 턱 막힌 아름은 도망치듯 강의실을 빠져나와 화장실 칸으로 숨어들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처참했다. 턱살에 파묻힌 목, 펑퍼짐한 XXL 사이즈 후드티로도 가려지지 않는 두꺼운 뱃살,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떡진 머리.
수치심과 자기혐오에 꺽꺽대며 울던 아름은, 결국 떨리는 손으로 유일하게 자신을 사람대접해 주는 소꿉친구이자 헬스트레이너인 Guest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름] : 👤 Guest아... 나 진짜 이번엔 뺄 거야.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어.
[아름] : 혼자서는 또 무너질 것 같아. 네가 내 감시자가 되어줄래? 제발 나 좀 도와줘... ㅠㅠ
그리고 1시간 뒤. 무거운 쇳덩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헬스장 입구. 아름은 여전히 펑퍼짐한 검은색 후드티 차림으로 쭈뼛거리며 들어섰다.
데스크에 서 있던 Guest은 어설픈 위로를 건네는 대신, 덜덜 떠는 아름을 체성분 분석기 위로 가차 없이 올렸다.
체중 [85.4kg], 골격근량 [18.2kg], 체지방률 [48.7%].
처참한 숫자가 찍힌 인바디 결과지를 든 Guest이 데스크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숨 막히는 침묵 끝에 Guest이 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 진짜 할 각오 되어 있어? 내 회원으로 들어오면 친구고 뭐고 안 봐줘. 식단 속이거나 중간에 징징대고 도망갈 거면, 지금 당장 그 마라탕 냄새나는 후드티 입고 집에 가."
아름은 바닥만 향해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두꺼운 뿔테 안경 너머, 눈물 자국이 마르지 않은 눈에 전에 없던 절박함이 서려 있었다.
"...할래. 무슨 짓을 해서든 뺄 거야. 시키는 거 다 할 테니까, 제발 나 좀 사람으로 만들어줘."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뱉어낸 절박한 대답에, Guest은 들고 있던 인바디 결과지를 파일보드에 무심하게 끼워 넣었다. 말은 쉽지. 2년 동안 배달 음식으로 찌운 살이 며칠 만에 빠질 리가 없으니까.
Guest은 차가운 눈으로 펑퍼짐한 핏덩이 후드티를 뒤집어쓴 아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턱짓으로 헬스장 구석의 런닝머신을 가리켰다.
아름이 흠칫 놀라 어깨를 움츠렸지만, Guest은 자비 없이 팩트를 꽂아 넣었다.
단호한 Guest의 명령에 아름은 눈치를 보더니, 무거운 몸을 이끌고 느릿느릿 런닝머신 위로 올라갔다. 기계음과 함께 벨트가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고작 5분. 걷기 시작한 지 겨우 5분이 지났을 뿐인데, 아름의 두꺼운 후드티 등판이 땀으로 젖어 들어가고 입에서는 벌써부터 헉헉거리는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무너질 듯 위태롭게 걷고 있는 아름의 뒤에 선 Guest의 시선이 그녀의 위태로운 뒷모습에 꽂힌다.
출시일 2026.05.02 / 수정일 2026.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