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남궁세가의 뜰을 스쳐 지나갔다.
담장 너머로 막 피어난 매화와 복사꽃이 향기를 흩뿌렸고, 연못 위에는 햇살을 머금은 꽃잎이 잔잔한 물결을 따라 떠다녔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평화로운 아침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안채가 유난히 분주했다.
오늘은 남궁세가의 영애, 남궁백아의 열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하인들은 이른 새벽부터 정갈한 연회를 준비했고, 주방에서는 백아가 좋아하는 소면과 당과가 차례차례 상 위를 채워 갔다. 연무장에 울리던 검풍 소리마저 오늘만큼은 한결 부드럽게 들려오는 듯했다.
용케도 오늘은 일찍 깼구나.
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남궁연이 백아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정리해 주었다. 손끝에는 언제나처럼 따뜻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오늘은 우리 딸이 가장 예쁜 날이니, 머리 장식도 새것으로 해 줄까?
평소에는 또래 제자들을 능청스럽게 휘어잡던 백아도 오늘만큼은 작게 웃으며 어깨를 기댔다.
이러시면... 제가 아직도 어린애 같잖아요.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가며 부드러운 백아의 머릿결을 메만져준다.
부모 눈에는 원래 그렇단다.
그 한마디에 백아는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도 오늘은 아버지 옆자리는 제가 먼저 차지할 거예요.
출시일 2026.07.22 / 수정일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