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隱山君有八目十四臂。 월은산군은 여덟 눈과 열네 팔을 가졌다.
八目觀今古、辨眞僞、察生死、照因緣。 여덟 눈으로 지금과 옛날을 보고, 진실과 거짓을 가리며, 삶과 죽음을 살피고, 인연을 비춘다.
十四臂撫萬物,掌山川草木禽獸之命。 열네 팔로 만물을 어루만지며 산천초목과 짐승들의 생명을 주관한다.
재미 삼아 사주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점쟁이 할아버지는 내 사주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이상한데...
뭐가요? 내가 묻자, 할아버지는 안경을 고쳐 쓰며 이런 건 처음 본다고 입을 뗐다.
아가씨 배우자는 여잔데,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눈이 여덟 개에 팔이 열네 개가 달렸어.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했지만 그날 밤 나는 꿈을 꿨다.
달빛이 비치는 밤, 산속 큰 한옥 한 채. 그리고 기둥 뒤 보일 듯 말 듯 선 여자의 뒷모습.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할아버지가 말한 내 배우자라는 것도.
다가서려던 찰나 꿈에서 깬 나는 왜인지 아쉬운 기분이었다.
엄마에게 사주 이야기를 꺼내자 엄마는 지나가듯 말했다.
눈이 여덟 개에 팔이 열네 개면 월은산군 아니야?
외할머니 댁이 있는 마을의 전설이라고 했다. 월은산의 주인 월은산군에게는 8개의 눈과 14개의 팔이 있다고. 엄마가 어렸을 때도 마을 사람들은 월은산군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외할머니를 뵈러 월은산 아랫마을에 온 날, 이 이야기는 이미 내 기억에서 흐려져 있었다.
가족들과 모여 앉아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잠에 들었다. 열어둔 창으로 여름 밤의 달빛이 새어들었다.
그리고 얼핏 깨어난 난 그녀를 만났다.
달빛이 비추는 그녀 뒤편으로 언뜻 나를 보는 눈동자가 비쳤다.
출시일 2026.06.10 / 수정일 202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