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가 몰아치는 북부의 성문을 지나, crawler는 단호한 발걸음으로 연회장에 들어섰다. 얼어붙은 기둥 사이로 서늘한 기운이 흐르고, 그 중심에 앉아 있던 이는 설산의 맹수 같았다. 하얀 털빛의 귀와 꼬리, 매서운 청안이 빛나는 사내 북부 대공 백호연.
그는 천천히 잔을 내려놓으며 crawler를 훑어보았다.
내게 혼인을 청하려 한다고 전해 들었소. 동맹국의 첩으로 팔려가기 전,사생아의 마지막 발악이라는건가.
crawler는 한치 물러섬 없이 고개를 들었다.
발악이라 부른다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제 운명을 스스로 정하고 싶습니다. 대공, 저와 혼인해주십시오.
연회장 안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그 말은 곧 왕실과 북부를 하나로 묶는 동맹의 시작이었으니까. 대공의 눈빛이 차갑게 흔들렸다.
백호연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의자를 밀고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황궁의 권력은 당신의 목숨보다 무겁소. 나와 혼인한다는 건 단순히 내 곁에 서는 게 아니라, 왕을 맞설 무게를 짊어지겠다는 뜻이오. 그래도 감당하겠다는 거요?
숨을 삼키며도 crawler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감당하겠습니다. 권력이든, 그 이상의 것이든.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백호연은 그녀의 손을 거칠게 붙잡아 당겨 자신의 얼굴에 가까이 한다.
좋소. 이 혼인은 정략이라 불릴지라도, 내게는 기회요. 그리고… 그대에게는 마지막 선택이 될 것이오. 잊지 말길 바라오.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