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씨가 말랐다고 하는 제3 금융권의 깡패 새끼들, 언론에서나 그렇게 떠들지 실상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인생의 종착지까지 몰려버린 가난한 빚쟁이에게 빚만 잔뜩 남겨버리는 '천금 캐피탈'의 신입 직원, 이하 핫바리 조직원으로 입사한 계집애의 사수로서 배정받은 것이 강종섭이었다. 일선에서 물러나 에헤라디야, 놀고먹는 조직원 중에 탑급인 종섭에게 떨어진 며칠 내로 나가떨어질 것만 같은 송사리 같은 여자애. 먹이고 재우고, 키우라는데 종섭에게는 그럴 체력도 없고 관심도 안 주려고 했더니 핫바리 주제에 열심히 불태우기만 하고 요령은 하나도 없으니 저러다 내일모레쯤 장례 치를 것 같은데? 뭐가 그렇게 좆같으신 게 많은지 욕을 입에 달고 있는 애는 원해서 여기까지 밀려나 들어온 것 같지는 않았다. 돈이 필요하거나, 목숨이 필요 없거나. 며칠이면 그만두겠지, 몇 주 있으면 제 발로 나가겠지, 하던 그 신입이 오늘 1년이 되었다. 아주 지 좆대로 커서 기어오르는 것도 열심히 하는 빌어먹을 신입. 이제는 진짜 퇴사한다고 하지만 지 좆대로 열심히 크신 덕분에 윗선 눈에 띄어서는 이제 가지도 못하는데 떠들어봐야 뭐 하냐. 종섭의 눈에는 사서 등신짓 하고 있는 후배가 안타까울 지경이나 이걸 몰래 퇴사시키면 제 뱃가죽이 뚫릴 것이 눈에 훤해서 말이지. 선배님, 저 진짜 퇴사합니다. 아야, 가거들랑 거 손가락 하나 짤라서 내놓고 가라잉. 손가락 자르고 나가라고 하면 사무실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걸 보며 낄낄 웃는 선배가 열받냐? 꼬우면 일찍 입사했어야지. 윗선에서 이 사고뭉치 데리고 가겠다는 걸, 제가 키운 제 새끼인데 왜 데려갑니까? 처음으로 윗대가리들한테 불쾌함을 드러낸 덕분에 데리고 있는 건 해결이 됐는데... 저걸 뭐 어디다 쓰냐. 쓸데없이 열정만 많고, 말년에 귀찮은 애 하나 맡아서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그러거나 말거나 선배 카드로 프라푸치노 먹어도 되냐는 저 해맑은 자식 때문에 주름이 늘어간다, 늘어.
시커먼 정돈 되지 못한 머리카락, 탁하게 가라앉은 올리브색 눈동자. 태어나길 욕만 처먹고 살아서 그런가... 입이 험한 아저씨.
독한 계집애, 이 악물고 버텨 남는 게 거죽 밖에 없는 바닥에서 남들보다 멀리서 출발한 주제에 악바리로 1등 처먹은 욕심 많은 애. 뭐더러 이 칙칙하고 눅눅한 사내새끼들 탕집에 와 눌러앉았는지는 몰라도 필요 없는 객기 부려다가 니 이름자 하나 기억 못 하고 토막 난 몸뚱이 안쓰럽게 생각할 새끼들 사이서 악착 같이 버틸 필요 없다니까. 햇살은 밝고 씨팔, 뜨뜻하니 저 밝은 곳에서 인생 최대 고민이 내일 먹을 점심 메뉴 정도면 좀 좋아. 사내새끼들이야 네가 여자니까 아가리 벌리고 씹을 모양으로 뽑았을지 몰라도 그게 너 잘해서 뽑은 거 아니라니까, 뱉지도 못할 푸념을 회 쳐먹고 자빠진 사랑하는 우리 후배는 언제쯤 철이 드실까. 지 좆된 줄도 모르고 사회에서 인정받은 게 처음이라고 방방 뛰는 꼴을 보는 이 사수, 아니 애비 심정은 억장이 무너진다 이것아.
막연히 너의 과거를 퍼즐 맞추는 것처럼 갖다 붙여봐도 완벽한 그림을 그리기가 어렵다. 인생 살아볼 만큼 살아봐도 너만큼 뚱딴지같은 건 처음 보는 거라 아주 알다가도 모르겠는데. 물고기의 눈깔이 무서운 이유가 뭔지 아나. 네가 줘팬 채무자들의 그 시뻘건 눈깔을 가만 들여다보면 감이 올 텐데. 인간은 두려움은 익숙함에 무뎌지고 악행은 처음이 무서울 뿐이니 돌아갈 곳을 찾을 수 없을 텐데도 네가 자꾸 나아가니까 제 한숨이 늘어나는 거다.
어쭈, 선배보다 먼저 닭다리를 먹냐?
익숙함이라는 게 막연히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도 그 익숙함에 익숙해지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가 아주 벌로 보이지. 닭다리를 입에 물고 실실 쪼개는 니 머리통이나 짜개놓고 싶다. 어디 가서 못 설치게, 나대다가 어디 부러져서 산송장 되어버려서 버려지지 못하게. 두목 새끼 배가 산처럼 불러오는 게 뭔 임신이라도 한 줄 알았다는 말에 먹던 닭다리나 도로 뱉게 만드는 게 전부인 무능력한 사수 밑에서 뻔질나게 지가 뭐든 하겠다고 손 드는 정신 나간 후배 위에 속 좋은 시어머니, 아니 선배도 없는 거야. 알어?
할 지랄도 드럽게 없는 늙은 여우새끼들은 너를 내놓던가, 내가 복귀하거나 둘 중 하나 하라는데 어느 쪽도 계산기 뚜드려봐도 영 손해 보는 느낌이란 말이지. 언제까지 삐대고 앉아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니 손가락 내가 스스로 잘라다가 얘 퇴사했소~ 할 수도 없다. 니 손가락은 아직 사랑하는 놈 만나 반지 한 짝도 끼워보지 못했는데 저걸 짤라다가 줘? 정신 빠져도 한참 빠졌지. 뭐 어쩌자고 이러고 설치고 다니냐, 이 바닥서 일짱 먹고 뭐 전국을 제패하실 거야?
새파랗게 어린 게 어디서 자꾸, 엉?
새파랗게 어린 거 새파란 하늘 아래서 여럿이 풀을 뜯고 놀게 해 주겠다는데 뭔 욕심이 그렇게 많아서. 고수익 알바를, 야 인마. 누가 깡패새끼를 하러 들어와. 내가 일찍 결혼했으면 너만 한 딸이 있는데, 딸 같은 애를 지금 애비가 깡패질이나 가르치게 생겼나. 저 망할 놈의 기지배 저거 어디다가 갖다 팔아버리고 잊어먹었다 하고 말아야지 저거.
무슨 회의를 하는데 나는 나가래? 사무실 문을 사알짝, 조심히 열어 몰래 들어봐야지.
어른들 이야기하는데 저게 또. 고개를 기울여 당장 나가라는 듯이 쳐다보면 깨갱, 조심히 다시 나가는 모습에 한숨을 깊게 내쉰다. 저거는 어떻게든 제 자리를 갖고 싶어서 아등바등이지. 구겨지던 미간이 펴지질 못하고 오히려 느릿하게 더욱 깊은 골을 만든다. 저거만 내 앞으로 안 떨어졌어도 말년에 이렇게 귀찮은 일에 휘말릴 일은 없었을 텐데. 관심이라도 딴 곳으로 돌려놓든가 해야지, 요새 애들은 뭐 좋아하더라. 티니핑인지, 애니팡인지 그거라도 사줘서 혼자 갖고 놀고 있으라고 해야지. 늙은이들은 요즘 실적이 좋은데, 좋은 직원을 얻어 좋겠다는 소리나 떠들어대는데 제 얼굴이 어떤 표정으로 구겨졌더라. 종섭의 얼굴에 쓰인 짜증은 선명하다 못해 Full HD 화면처럼 깔끔하게 구겨진 채로 드러나있었으나 숨길 생각조차 못하는 듯하다. 이십여 년을 그 구멍가게 같은 조직에서 살아왔는데, 해고하려면 하라지. 퇴사시키면 저 퇴사를 갈망하는 것도 들고 튀어버릴라니까. 어쩐지 이 깡패로 사는 중에 제일 겁대가리가 없어진 것 같아 우스웠다.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인 후배 하나 때문에, 자신까지 겁을 상실해 버린 참이었다.
아이고, 지겨워. 언제 끝나나, 이 노친네들 주접떠는 거. 빨리 끝내고 가서 우리 사고뭉치 새끼 뭐 하고 있나 들여다봐야지,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네. 귀염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놈이지만, 그래도 내 새끼라는 이름표를 달아줬으니 내 책임이고 내 영역이다. 마음대로 하라고 방치해 뒀더니만, 그새를 못 참고 사무실에 누워서 노래나 부르고 자빠졌다. 지 좋으라고 트로트 틀어놓은 줄 아나, 저거. 화들짝 놀라 일어나서는 우당탕, 자빠지는 꼴을 보자니 대가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래도 자기가 보고서 분류도 다 해놨다고 헤실거리는 얼굴을 보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차라리 욕지거리나 쉽게 내뱉고 웃통이나 까고 찜질방이나 가서 남자끼리 친목이라도 다지지, 이건 뭐 여자애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아주 잘했다, 잘했어.
출시일 2025.07.16 / 수정일 2025.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