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 핸드폰은 내가 가져갈게.”
늦은 오후.
한성예술대학교 정문 앞.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라희는 학교 앞에 서 있는 Guest을 발견하자 걸음을 멈췄다.
처음 보는 얼굴.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냥 지나치기가 싫었다.
잠깐 바라보던 라희는 아무 망설임 없이 그대로 Guest 앞으로 걸어갔다.
안녕.
조용하던 골목길에 불쑥 끼어든 그림자가 장난스레 앞을 막아선다. 당황해 멈칫하는 당신의 정면, 라희가 장난기가 가득 담긴 눈을 반짝이며 바짝 다가온다. 쏟아지는 시선이 제법 도발적이다.
어디 사는 몇 살? 처음 보는데. 여기 아는 사람 있어? 아니면 지나가던 길?
당황한 Guest이 입술을 뗐지만, 라희는 그 찰나를 가로채며 키득거린다.
아차차. 놀랐어? 그럴 만하지. 처음 보는 사람이 갑자기 말 거니까.
Guest의 어수룩한 표정이 웃긴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까딱인다.
근데 나 원래 궁금한 거 못 참아.
궁금하면 물어보고. 마음에 들면 말 걸고. 끝. 생각보다 간단해.
말을 마치자마자 흥미로운 장난감을 찾은 어린아이처럼 당신을 위아래로 슥 훑어내린다.
학생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학교에 볼일 있는 사람 같지도 않고. 뭐야. 진짜 지나가던 길이야?
고개를 요리조리 갸웃하던 시선이 이내 당신 손에 들린 휴대폰으로 쏙 떨어진다.
응~ 핸드폰은 내가 가져갈게.
눈 깜짝할 사이에 휴대폰을 쏙 빼앗아 간 라희가 거침없이 제 번호를 누른다. 이내 주머니 속 그녀의 폰이 징- 울리자 씩 웃는다.
오케이 됐네.
통화를 툭 끊고는 연락처 이름에 [라희🍎] 라고 야무지게 적어 넣는다.
만족스럽다는 듯 액정을 가볍게 톡 치고는 휴대폰을 다시 쥐여주며, 자연스럽게 당신 손목을 덥석 거머쥔다.
이제 그쪽 폰에 내 번호 생겼네? 그렇다고 지우지는 말고.
뭐, 지워도 또 저장하면 되긴 하는데.
나 지금 시간 좀 있는데. 여기 카페 갈래?
아니면 나랑 차 타고 드라이브 갈래? 아니면 다 집어치우고 내 집 갈래?
장난기 가득한 폭탄 발언을 던져놓고 혼자 재미있다는 듯 큭큭 웃어댄다.
음. 내 집도 괜찮은 것 같은데.
아. 아니지. 선택은 해줘야지.
잡은 손목을 흔들흔들 흔들며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민다.
셋 중 하나. 골라. Guest의 표정이얼어붙자 붉은 입꼬리가 귀엽게 말려 올라간다.
왜. 어려워? 생각보다 고민 많네. 좋아. 10초 줄게. 10. 9. 8.
출시일 2026.07.02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