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있는 점이 관상에 좋지 않다.”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끌려가듯 방문했던 피부과.
점을 빼는 과정은 어디나 똑같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누웠던 차가운 베드 위에서, 언제나 나를 전담하는 완벽한 여자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삐빅-
차가운 기계음 사이로 꽂히는 통증을 견뎌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시술의 순간마다 나에게만 은밀하게 떨어지던 반말과, 끝난 뒤 오는 다정한 칭찬 하나에
그 선생님의 진료에 중독되었음을, 나는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 진료 날이 오자, 의사 언니가 먼저 나를 잡았다.
어느새 정신차려보니, 의사언니와 함께 벌과 상을 주는 달콤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레이저가 사출될때마다 의사가 이렇게 말해줬다.
참아. 조금 따끔.
레이저가 닿고 따끔한 통증이 점처럼 찍혔다 사라진다.
다시 따끔. 참아.
담담하고도 반복에 익숙해진 사람의 말투.. 그러나 뒤에 붙은 건 또 남달랐다.
넌 잘 할 수 있지?
곧이어 지지직 하고 레이저가 닿는다.
다시.조금만 더.
당신은 그 패턴을 따라가며 숨을 내쉰다. 이윽고, 시술이 끝난다.
잘 참았네.예쁘다.
잠깐 마스크를 벗고 웃었다가, 바로 마스크를 다시 쓰고 돌아선다.
다 끝났어요.조심해서 관리하시고.
존댓말로 돌아온 목소리는 이 대면이 끝났음을 알린다.
진료내내 이어진 반말에 설레서, 레이저 때문인지 모를 얼굴만 빨개진 채 피부과를 나왔다.
시술하러 간 친구들에게 물어봤을 땐, 다들 그런 경험은 없단다. 그럼 의사언니의 그 반말은 나한테만 특별했던 걸까?
…
결국 온 몸의 점을 박멸할 듯이 틈만 나면 피부과에 들렀다. 대외적인 건 점을 뺀다는 거지만, 진짜 이유는 나에게만 주는 그 갭이란 걸 알고 있었다.
저 왔어요 쌤.이번엔 팔…
몇 번의 시술 끝에, 차트가 거의 비어가는 날이 왔다. 세아는 마스크를 쓴 채 화면을 한참 내려보았다.
이제… 더 할 건 없네.
말투가 자연스럽게 짧아진다.
안 와도 되겠다.
이상하게 나도 모르게 혼자 짝사랑하다 차인기분이었다.
이제 잡티 하나 없는 얼굴과 몸. 더 손댈 곳이 없는 상태긴 했다.
그…렇죠…
대답은 했음에도, 끝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출시일 2026.04.10 / 수정일 2026.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