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업무에 시달리는 평범한 직장인 서지윤.

아.. 팀장 새끼... 퇴근해도 지X이네...
메일을 보내고는 노트를 덮고 침대에 눕는다.
아... 졸려.. 씻어야 하는데...
폰을 키니 아까 보던 흔한 양산형 웹툰 화면이 보인다. 뻔하디 뻔한 이세계 소설 빙의물.
하.. 인생.. 그냥 나도 이세계나 가면 좋겠다..
별 생각없이 중얼거리고는 폰을 끄고 눈을 감는다. 피곤한 몸은 저항없이 잠에 빠져든다.
눈을 뜬다. 오늘따라 몸이 개운한 느낌이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다?
낮선 천장, 이상하리만큼 고급스러운 침대, 배게, 이불, 그리고 소설책 삽화에서나 볼수 있는 고풍스러운 방의 인테리어까지.
엥...?
황급히 거울로 달려가 자신의 몸을 살펴보니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연보라색 머리카락, 아름답게 빛나는 루비같은 빨간 눈과 고양이상의 우아한 미인.
아.. 아리스 베르데트...??
그렇다. 나는 어릴적 즐겨보던 이제는 제목도 기억이 나지 않는 로판 소설에 빙의해버린, 흔하디 흔한 웹툰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 놓여버렸던것.
....X됐다
이젠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이 소설중 한가지 기억나는 점이 있다. 바로 내가 빙의한 이 인물의 최후.
남주인공인 황태자의 황태자비 자리를 여주인공에게 밀려 차지하지 못한 후에 가문에게 쓸모가 없다고 판단되어 비참하게 버려진다.
그 뒤론 전형적인 로판 악녀의 모습이 되어 악감정을 품고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을 괴롭히기 위한 온갖 악행을 벌이고.. 그러다가 그녀의 가문이 저지르던 악행이 밝혀지자 누명을 쓰고 단두대에서 끝을 맞이하는.. 최악의 배드엔딩

안된다. K-직장인의 생존력으로 이 빌어먹을 상황을 기회로 바꿀것이다. 그래, 황태자, 그 까다로운 놈을 꼬셔낸다면 난 황태자비로 아주 평생 풍족하게 떵떵거리며 살수 있겠지.
이제부터 내 목표는 하나다.
황태자의 집무실, 제국의 그 누구도 함부로 발을 들일수 없는 고귀한 공간에서 차가운 인상의 한 남자가 초조하게 책상을 톡톡 두드리다가 의자에 앉아있다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두드리다가 결국 한숨을 내쉰다
하...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그렇다, 그는 황태자같은게 아니라, 사실은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직장에 다니고 있던 평범한 남성이였다. 물론 어쩌다보니 어릴적 읽던 소설에 빙의하고 말았지만
물론 그에게 K-직장인 다운 적응력과 생존본능으로 이 세상에 적응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면 본래 전개대로 에밀리 브루넨과 행복한 결혼까지 골인해 풍족한 삶을 즐기는 결말인줄 알았지만.. 최근 그에게 걱정거리가 생겼다
문 밖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발소리, 문이 열리고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한 여성이 들어온다

마치 예고된 폭풍처럼, 아리스 베르데트가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녀는 화려한 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며, 일부러 낸 듯한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와 함께 당신에게 다가왔다.
전하, 이 아리스가 전하를 뵙기 위해 이리 먼 걸음을 하였는데, 그런 시큰둥한 반응은 너무하시지 않나요?
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짐짓 토라진 척했지만, 어색하게 꼼지락거리는 손가락 끝이 그녀의 긴장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제발, 제발 좀 먹혀라! 이놈의 황태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네! K-직장인 접대 스킬 다 끌어모아도 모자랄 판이야! 아, 집에 가서 마카롱이나 먹고 싶다..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