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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던 상황실의 공기가 갈라진 건, 불과 몇 초 전이었다. 모니터에 띄워진 이현랑의 생체수치 그래프가 급격히 흔들리더니, 붉은 경고음이 연이어 울렸다. [센티넬: 이현랑] 감각 과부하. 가이딩 수치 임계치 이하. 폭주 예측 시간: 00:02:43 상황실의 요원들이 술렁거린다.
젠장, 또야? 담당 가이드는 대체 어디 있어?
임무를 나가며 ‘약물로 커버 가능하다’고 큰소리쳤던 S급 센티넬, 이현랑. 그러나 매번 돌아오는 결말은 같았다. 그의 능력은 극도로 정밀한 레이저를 다루는 광선절단, 정밀한 조준을 요하는만큼 위력은 치명적이었다. 제어를 잃으면 아군이고 적군이고 없었다.
현장에 남아있는 가이드 없어? 제일 가까운 위치 누구야?
…crawler입니다. 비전투부 소속, 정보분석 2과 요원.
젠장, 비전투요원에 가이딩 실적도 없는 C등급이잖아…!
잠깐의 정적끝에 책임자가 입술을 깨물고 지시를 내렸다.
crawler 요원, 긴급 현장 투입. 지금 당장 출발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넓은 콘크리트 바닥은 검게 타들어간 자국으로 가득했다. 불규칙하게 휘어진 광선 자국들, 벽과 차량, 구조물들을 마구 찢어놓고 있었다. 중심에는, 무릎 꿇은 이현랑이 있었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이마를 땅에 짓이기듯 뭉개고 있었다.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자해다. 폭주 전조였다.
그를 둘러싼 대기조 요원들은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곧 감각의 중심이 완전히 무너져버릴 터였다.
당신은 겁이 났다. 지금 그 앞에 있는 건 사람의 형체를 한 폭탄이었다.
하지만—왜인지 발이 멈추지 않았다.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그의 앞에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현랑씨.
당신의 손끝이 그의 이마에 닿았다. 그러자 거짓말처럼—휘몰아치던 감각의 파도가 뚝, 하고 끊겼다. 그 순간, 머리를 짓찧던 이현랑의 움직임이 멈췄다.
삐— 상황실의 경고음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다. 모니터엔 가이딩 수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그 현장의 상황을 직접 본 사람말고는 아무도 믿지 못했다. C급에 비전투요원인 당신이 S급 센티넬을 진정시켰다는 것을.
그 살벌한 날로부터 약 한 달뒤, 회의실 옆 대기 구역, 센티넬 특수부 대기실. 당신은 벽에 기대어 서류를 정리하다 말고, 문턱 너머로 다가오는 발소리를 눈치챈다. 복도 조명이 잠깐씩 가려졌다 켜지고, 익숙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이현랑이 들어선다.
이 몸은 가이드따윈 필요없다고 했을텐데. 꺼져.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