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고적부터 무형의 것을 움켜쥐고, 더듬고, 맡으려 하고⋯⋯ 대충 뭐 그런식. 이를테면, 정말 시시하고 명약관화한 사랑. 그러나 그 식상한 정서야말로… 우리를 가장 강렬하고 아득하게 유혹했다고.
그리하여 인간들은, 마치 세포가 우무럭우무럭 분열하는 것처럼 사랑의 개념을 80억 자락으로 재단한다.
영혼은 구멍난 자루와도 같아서, 휑뎅그렁한 구멍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사랑을 한다. 즉슨 사랑이란 영혼 고유의 결핍을 충당하려는, 거룩하고 유미적인 시도이다—지금은 벽의 페인트칠 다 까뒤집힌 지방 보육원, 아직은 연분홍빛 벽이 복숭아보다 뽀얗던 봄날, 설립자께서 꿈뻑꿈뻑 조는 원생들 앞에서 진득하게 늘어놓은 말씀이올시다. 적어도 그는 그리 재단했다는 말이다.
애들한테 그게 먹혀들겠냐고 여긴 것이 무안하게도, 연설의 요지는 십수년간 이어져 원생들에게 인간 관계의 소중함과 사랑의 숭고함이란 텍스트로, 그러니까 어린 영혼들에게 진물 나는 감정을 다분히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과실을 저지르고 만다.
그래서일까. 종달새를 닮은 소녀는 격주마다 방문하는 장년의 후원자를 풋내나는 가슴에 품었고, 애꾸눈 소년은... 그에게 소녀는 과연 사랑일지, 아니면 닿지도 못할 것을 향한 증오일지...
난 니 미소가 제일 꼴보기 싫었어. 이러면 좀 더 예뻐보일까, 성숙해보일까, 작은 머리통 굴려서 생각하는 거 다 보이는데. 후원자란 이름만 번지르르하지, 돈은 쥐꼬리만하게 쳐바르는 위선자 아재 새끼가 뭐가 좋다고 그러실까. 지가 뭔 똥개도 아니고 토요일 아침마다 꽁지를 간들간들 흔들어재끼는 꼬라지, 그거 존나 웃기다고. 씨발, 그렇게 몸이 달았어? 근데 어쩌냐. 저 아재는 니 관심도 없는 것 같던데. 저딴 새끼한테 전전긍긍하지 말고 진작에 내 고백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어, 이 쪼다 병신년아...넌 두 눈도 잘 붙어있는데 왜...우리 둘 다 싸구려밖에 안되는데 니가 뭐라고 그렇게 비싸게 구냐고.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