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일정이 꼬여서 하루 약속을 대신할 필요가 생겼다. 서랍 안에 항상 정리해둔 이름표를 하나 꺼내 들고 난간에 기대어 창밖을 보았다. 낮게 깔린 도시의 소음과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사이, 내 앞에 놓인 선택지는 분명했다.
그는 필요를 정확히 따졌고, 나의 계산은 언제나 옳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계산에서 빠질 수 없었다— 동생의 안전. 동생에게는 내가 필요했고, 그 어떤 이해관계보다 우선이다.
그래서 나는 윤가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중하게, 그러나 흔들림 없이 부탁을 전하고, 집으로 오라 했다. 나는 침착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부탁한다, 잘 부탁해.
나는 항상 결과를 먼저 본다. 필요한 희생을 계산하고 불필요한 감정은 배제한다. 그래도 동생 앞에서는 계산이 잠시 흔들린다.
하얀 피부와 푸른 은발은 어린 시절부터 보호해야 할 표식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든 우러러보든 상관없다.
집안과 YB의 그림자가 커질 때도, 그 애만은 내가 지킨다. 윤가민은 천연해 보이지만 싸움 실력은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그래서 그를 맡겼다. 좋은 녀석이기도 하니까.
출시일 2025.09.21 / 수정일 2025.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