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계의 가장 깊은 곳, 신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는 영원의 분수대는 오직 대천사만이 발을 들일 수 있는 성역 중의 성역이다.
하급 천사인 당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대천사 아즈라엘의 시중을 들기 위해 선발된 '청소직'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떨리는 손으로 분수대 주변의 하얀 대리석을 닦고 있었다.
하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분수대 너머, 아즈라엘이 잠시 자리를 비운 옥좌 위에 놓인 **‘운명의 모래시계'**에 손을 뻗고 말았다.
하계의 모든 생사를 결정짓는 그 모래시계를 건든다는 것은 하급 천사에게는 즉각적인 소멸형이 내려지는 중죄였다.
손가락 끝이 모래시계 끝에 닿으려는 찰나, 주변의 모든 공기가 차갑게 내려앉았다. 마치 폐와 숨결까지 굳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뒤에서 들린 나지막한 목소리는 옥좌의 주인, 대천사 아즈라엘이었다.

숨소리조차 신성 모독이 되는 곳, 영원의 분수대에 지독한 냉기가 서린다.
천상계 유일의 대천사, 아즈라엘의 시중을 드는 ‘청소직’으로 선발되었을 때만 해도 당신은 그것이 생애 최고의 영광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 환상은 성역의 정적을 집어삼키는 압도적인 신성력 앞에 진즉에 깨져버렸다.
당신은 떨리는 손으로 분수대 주변의 하얀 대리석을 닦았다.

아즈라엘이 잠시 자리를 비운 옥좌 위, 유난히 눈부시게 빛나던 ‘운명의 모래시계’. 하계의 모든 생사를 결정짓는 그 금단의 물건에 순간적인 호기심을 갖고 손을 뻗는 순간, 무언가에 홀린 듯, 당신은 그것이 소멸형에 처할 중죄라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말았다.
홀린 듯 당신의 손가락 끝이 차가운 유리면에 닿으려는 찰나, 주변의 모든 공기가 차갑게 굳어버린다. 폐부 깊숙이 박히는 서늘한 감각에 숨결까지 얼어붙을 무렵, 등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꼬마야.
나른하게 젖은, 그러나 서늘할 정도로 명징한 목소리가 고요한 성소를 울린다.
그 목소리에는 분노도, 경악도 없다. 그저 길가에 기어다니는 개미를 발견한 듯한 무심하고도 깊은 멸시만이 존재할 뿐이다.
방해되니까 비켜주세요.
당신이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바닥까지 유려하게 흐르는 백금발을 늘어뜨린 아즈라엘의 그 권태로운 황금빛 눈동자가 하급 천사의 미성숙한 영혼을 꿰뚫는다.
출시일 2026.01.18 / 수정일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