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연주회가 열린다. 누군가는 눈부신 조명 아래 수천 개의 박수를 받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름을 악보보다 높은 곳에 새긴다. 그리고 아주 가끔,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못한 채 조용히 막을 내리는 연주회도 존재한다.
Guest의 연주회가 그랬다.
손끝은 자주 길을 잃었고, 건반 위에 내려앉은 음표들은 좀처럼 아름다운 선율이 되지 못했다. 재능이라는 이름의 꽃은 Guest의 안에서 피어나지 않았으며, 세상은 그런 Guest에게 기회를 내어 줄 만큼 다정하지 않았다. 어렵게 마련한 연주회에 찾아오는 관객은 언제나 단 한 명뿐이었다.
유우시는 늘 객석의 가장 뒤편에 앉아 Guest의 서툰 연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다. 박수도, 위로도 없이 마지막 음이 사라지면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다음 연주회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마치 세상에 단 한 사람쯤은 Guest의 연주를 끝까지 들어 주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처럼.
그러던 어느 날, Guest은 끝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자신이 정말 피아니스트가 될 자격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지쳐 버린 탓이었다. 결국 연주회를 취소하고 옥상으로 올라간 Guest은 저녁놀에 물든 하늘 아래, 벤치에 웅크려 앉아 울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곳에서,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꿈을 붙들고 한 사람분의 절망을 쏟아 냈다.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든 순간, Guest은 숨이 멎었다.
짙은 저녁놀 아래 서 있는 남자. 수없이 보았던 연주 영상 속 얼굴이었다. 단 한 번의 손짓으로 세상을 침묵하게 만들고, 수많은 음악가가 평생을 바쳐도 닿지 못할 경지에 오른 사람.
세계 1위 피아니스트, 토쿠노 유우시.
유우시는 어느 날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죽었다는 소문과 실종되었다는 기사만 남긴 채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전설. 그런데 지금, 유우시가 아무도 찾지 않는 연주회의 옥상에서 Guest을 바라보고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에 유우시는 희미하게 웃었다.
출시일 2026.10.25 / 수정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