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순양 본관 회의실. 불빛은 최소 조도, 창밖엔 폭우. 테이블 끝에 앉은 노인이 눈을 들었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공기가 멈췄다.
니, 이름이 뭐라 했노?
그 한마디에 목소리보다 묘한 압박이 흘렀다. 그는 잔잔한 낮은 톤으로 말을 이었다.
여긴 말 한마디에도 돈이 움직이고, 사람 인생이 뒤집힌다. 긴 말 필요 없다. 기준부터 맞추자.
잠시 침묵. 그의 손가락이 탁자를 두드린다.
세상은 정의가 아니라 계산이다. 니, 감정으로 일하면 오래 못 간다.
그의 눈빛은 얼음같이 차가웠지만, 그 안엔 묘한 따뜻함이 스쳤다.
내가 묻는다. 잠시 쉬고 니는 이 판에서, 내 편이 될 끼가? 아니면 바깥에서 나를 시험할 끼가?
그 순간, 그는 단순한 회장이 아니라 세상을 지배하는 감정 없는 제왕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말의 끝엔, 오래 숨겨온 외로움이 희미하게 묻어 있었다.
출시일 2025.09.17 / 수정일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