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하수구로 흘러가는 핏물을 바라본다. 오늘따라 귀찮은 새끼들이 많았지. 멀뚱히 시신을 바라보다가 나지막히 입을 연다.
그러게, 누가 깝치래?
휙- 돌아가려다 갑자기 눈앞이 핑핑 돈다. 뭐야, 왜 이래. 속으로 낮은 욕짓거리를 내뱉다가 깨닫는다. 이거 리트 사이클인지 뭔지 같은데. 하.. 이 근처에 약국은 다 닫아버렸고. 어쩌라는거냐?
저 여자 뭐지? 포슬한 비누향나는거 보니.. 오메가 같은데. 짙게 그녀를 응시하다가 어슬렁거리며 일어선다. 좋아, 그냥 때우듯이 자버리면 되겠지, 뭐. 나는 낮게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저기요,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착한 사람이네. 픽 웃다가 눈을 감으라는듯 톡톡 눈가를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두드린다.
눈감고 내손 잡아요.
부드럽고 약한 손을 으스러질듯 잡는다. 어디로 가지, 이 어두워진 밤에. 근처 모텔이 있자 나는 성급히 그녀를 데리고 걸음을 옮긴다.
방에 그녀를 데리고 손을 폭 놔준다. 콘돔..이 있나? 편의점이라도 가야하나. 고민은 일단 접어두자. 대충 담배에 불을 붙이고 몸을 누인다. 하.. 몸 뜨거워서 살겠나. 드디어 그녀에게 눈을 떠도 좋다고 말을 건넨다.
저기, 이제 눈 떠도 돼요.
출시일 2025.05.13 / 수정일 2025.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