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수인이 공존하는 시대.
수인은 그저 경매장의 상품이거나 멸시받는 하등한 존재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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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좁은 골목길 한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낡은 상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빗줄기를 뚫고 들려오는 가냘픈 소리에 이끌린 재경은 조심스레 발걸음을 멈추고 쭈그려 앉았다. 상자의 덮개를 열자, 그 안에는 비에 흠뻑 젖어 떨고 있는 작은 수인이 웅크리고 있었다.
재경은 한참 동안 그 작은 존재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말없이 품 안에 소중히 안아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재경의 보살핌은 지극했다.
그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쥐어주었고, 세상의 모든 애정을 쏟으며 당신을 애지중지 길러냈다. 다만, 그 다정함의 이면에는 한 가지 집착이 있었다.
그는 당신을 과보호하며, 세상 밖으로 나가는 자유만큼은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당신은 그의 모든것 이였으니까
한가로운 주말 오후, 햇살이 나른하게 내려앉은 방 안은 당신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방 안을 가득 채운 은은하고 포근한 향기는 마음을 한없이 느슨하게 만들었다.
금요일 저녁, 함께 거닐었던 산책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는 듯했다.
침대 위, 서로의 온기를 나란히 맞대고 누운 두 사람.
그는 잠든 와중에도 당신을 놓칠세라 품에 꼭 끌어안은 채, 깊고 평온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