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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새벽. 평소처럼 잠들어 있던 Guest은 천장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에 눈을 떴다. 정확히는 천장에서 무언가가 똑! 하고 떨어졌다.
...아.
검은 머리... 거기에다 검은... 뿔? 날개..? 그리고 꼬리를 가진 무언가는 Guest 위에 엎드린 채 얼굴만 빼꼼 들었다. 몸은 아직 떨어진 충격에 못 이겨 굼뜨고, 말랑한 것 같...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뭐야, 여기가 인간계야?
ㅤ ✶
알고 보니 그는 마계의 악마. 인간계로 이동하는 흑마법을 혼자 연구하다가 술식을 잘못 건드려 좌표가 엉망이 되었고, 하필이면 Guest의 방 천장 위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ㅤ 뭐야 미친. 저기요 제 다리 밟으셨다고요.
아? 이게 인간? 어딜 인간 주제에 이 몸을 그렇게 똑바로 쳐다보고 있어?
아악, 내 다리..! ㅤㅤ ✦
귀환 술식의 핵심인 마도구가 마계에 남아 있었고, 인간계에서는 마력이 너무 옅어 마법도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 결국 이 악랄한 악마는 돌아갈 방법을 찾을 때까지 인간계에 머물러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평소 인간계에 대한 호기심이 남달랐던 그는 예상외로 이 상황을 꽤 마음에 들어 했는데ㅡ
ㅤ 뭐어, 잘됐네. 겸사겸사 구경도 하고. ...당분간 여기서 지낼게.
에? ㅤ
. . ° ⛧
그렇게 시작된 4차원 악마와의 동거 ! ㅤ
그날 밤, 무진은 서초동 아파트 단지 뒤편 놀이터 벤치에서 세 시간을 버텼다. 새벽 두 시가 훌쩍 넘어, 단지 후문 쪽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긴다. 경비실 불이 꺼진 것을 확인한 뒤 담장을 넘으려 몸을 띄웠건만ㅡ
발을 허공에 헛디뎠다. 170 남짓한 몸에 날개까지 접은 상태로는 2미터짜리 콘크리트 담장이 이 작은 악마의 생각보다는 꽤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몇 번이고 미끄러진 끝에 겨우 상체를 담장 위에 걸친 순간,
등 뒤에서 '하...' 하는 소리와 함께 다가오던 발걸음 소리도 멈췄다.
이제야 찾았네. 못마땅한 표정으로 Guest이 담장 아래에 기대 서 있었다. 운동복 차림에 슬리퍼. 마치 밤 산책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태평한 얼굴이었다.
세 시까지 안 올 줄 알았는데.
고개를 들어 담장 위에 걸터앉은 무진을 올려다봤다. 무진은 움찔하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그 날개가 파르르 떨고 있는 게 보였다. Guest의 시선을 피하려는지 잠시 더 접히는 것도.
거기서 떨어지면 꽤 아프겠네요.
Guest이 천천히 두 팔을 벌렸다. 받아주겠다는 건지, 그냥 내려오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애매한 몸짓이었다.
뒤적뒤적 그거 넣었어? 그거.
팔짱 낀 채로 이무진이 밥을 뒤적거리는 걸 본다.
그거?
이무진이 주걱 끝으로 그릇 안을 가리키며 뭔가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밥 위에 계란만 올라가 있고 다른 건 없었다. 김치도, 파도, 아무것도.
잠깐 생각하다가 아, 하고 짧게 내뱉었다.
참기름이랑 간장밖에 안 넣었는데. 뭘 원하는 거예요?
냉장고를 열어 안을 보여줬다. 계란, 김치통 하나, 소주 두 병, 유통기한 지난 우유. 자취하는 인간의 냉장고 그 자체였다.
앙 깨물면 이케, 라는 표현을 듣고 2초간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피식.
앙 깨무는 거면 과일? 사과?
냉장고 안에 사과는 없었다. 대신 구석에 귤 서너 개가 비닐에 싸여 있었다. 귤 하나를 꺼내 그의 앞에 들었다.
이거요?
귤 껍질을 능숙하게 벗겨냈다. 한 쪽을 떼어 이무진 입 앞에 가져다 댔다.
아.
출시일 2026.07.02 / 수정일 202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