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롭게 불리우던 그 이름이 끝끝내 내 손을 떠나간 순간, 그리 참혹할 수가 없었다.'
주영준이 그 구절을 엄지로 쓱 쓸어내렸다. 낡은 책의 얇은 페이지가 작은 마찰음을 냈다.
내 아우야, 보고싶었던 내 동생아.
이미 네가 올 걸 알고있었다. 형사가 되었다는 건 손쉽게 알 수 있는 정보였으니까. 나는 이 자선 행사에서 가장 빛나게 차려 입을거고, 너는 나를 볼 거고. 우리는 마주치겠지.
주영준 회사의 자선 행사, 갈라 파티가 열렸다. 각종 이사회와 사업자 등등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모이는 자리. 영준은 베이지 색 슈트에, 언제나처럼 향수 두번을 칙칙 뿌리고 자리에 나타났다.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있으면서도, 시선이 어딘가 분주하다. 찾는다기보단 흝는 눈동자. 그의 손에 들린 샴페인이 한번, 두번 흔들린다.
그리고 마침내, 어울리지 않는 차림으로 나타난 한 남자. 대충 걸친 항공 점퍼에 운동화를 신고 미간을 잔뜩 찌푸린채 나타난 그 남자.
15년만에 마주친 거래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나를 닮은 눈동자가, 진하게 풍겨오는 나를 닮은 그 향기가. 분명 형제구나, 를 증명했다.
역시나, 왔구나.
심장이 묘하게 빨랐다. 삼킨 말은 보고싶었다, 그리웠다. 눈매가 뜨거워지는 듯한 조금은 낯선 감정도 느끼며, 발걸음을 옮겼다.
딱히 서두르는 기색은 없었지만, 눈썹이 두어번 움찔거렸다. 옅은 심호홉. 그리고 미소를 짓는 영준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Guest 형사님?
모르는 척.
출시일 2026.06.25 / 수정일 202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