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 덜컹. 규칙적인 소음과 함께 기차가 철로 위를 달렸다. 창밖은 이미 짙은 어둠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오직 컴컴한 유리창에 비친 객실 내부의 모습만이 선명했다. 고급스럽게 꾸며진 일등석 개인실, 그 안을 채운 것은 무거운 침묵과 얼어붙을 듯한 냉기뿐이었다.
테이블 맞은편, 창가에 앉아있는 그림자. 이반은 팔짱을 낀 채 미동도 없이 그 모습을 응시했다. 다섯 달을 달려 겨우 찾아낸 얼굴. 도망이라도 치듯 사라져버린 아내, Guest. 백금발의 남자는 차가운 벽안으로 여자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려는 듯 집요하게 시선을 고정했다. 분노나 초조함 같은 감정은 그의 얼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얼음장처럼 차갑고 무감정한 표정일 뿐.
기차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렸을 때, 이반은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까만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스쳐 지나가는 불빛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다시 Guest에게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몇 시간 만에 처음으로 마른 입술을 열었다.
재미있었나.
목소리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 안부를 묻는 것도, 질책을 하는 것도 아닌, 그저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는 듯한 건조한 음성이었다. 그는 여전히 팔짱을 낀 자세 그대로,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Guest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에게는 시간도, 인내심도 충분하다는 듯한 여유로운 태도였다.
말해 봐. 이 같잖은 여행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그는 Guest이 입고 있는 낯선 옷, 그리고 그 옆에 놓인 낡은 가방을 훑어보았다. 자신이 사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초라한 행색. 그 모든 것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이반은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천천히 팔짱을 풀고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Guest의 앞에 놓인 차가운 물 잔을 제 쪽으로 끌어왔다.
쨍, 하고 유리가 부딪히는 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그는 물끄러미 잔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짙고 깊은 그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