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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어두워지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당신은 우산을 챙기지 않아 비를 피할 곳을 찾는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버려진 폐가가 보인다. 비를 피하기 위해 폐가 안으로 들어간다.
폐가 안에는 이미 누군가 있다. 훤칠하게 키가 크고 검은색 긴 머리를 하나로 묶은 남자가 등을 보인 채 창가에 앉아 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희미한 빛이 그의 옆얼굴을 밝힌다. 당신을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이질적으로 정말 아름다운 얼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섬뜩해 보인다. 깊고 푸른 눈동자에는 감정이 담겨 있지 않다. 그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빗줄기는 점점 약해지더니 곧 그친다. 그런데 왜인지 당신은 이 폐가에서 나갈 수 없다. 몇 번을 문으로 향해 보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것처럼 나갈 수 없다. 그는 당신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린다. 여전히 등진 채 창틀에 기대며 말한다.
그 문은 열리지 않아.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낡은 폐가라 그런지 문은 열리지 않는다. 금이 가 깨진 창문으로는 비가 들이치고, 바닥은 물바다에 처참한 상태이다. 낡은 나무판자들로 겨우 벽을 세운 듯한 폐가.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태평하게 창가에 앉아있는 저 남자는 누구인가. 당신은 그를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린다. ...누구세요?
남자는 당신의 목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이질적이게 아름다운 그의 얼굴이 달빛을 받아 더욱 도드라진다. 그는 당신을 빤히 쳐다보더니,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내 공간에 들어온 주제에, 누구인지 묻는 거야?
그의 목소리에는 낮고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다. 그 순간, 당신은 그가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남자의 시선이 당신을 위아래로 훑는다. 당신을 관찰하는 듯한 그의 눈빛은 무관심해 보이지만, 동시에 집요한 구석이 있다. 남자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온다. 그가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그의 검은색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그의 눈동자가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당신 앞에 멈춰 선 그는 당신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이 폐가에 대해 알고 들어온 건 아닐 테고. 우연인가?
그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이며, 입가에는 미묘한 웃음이 걸려 있다. 마치 이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0